"가격"이냐 "품질"이냐.

LG(금성) 삼성 대우등 가전 3사가 연초부터 시장장악을 위한 샅바싸움에
분주하다.

"선공"으로 시장다툼에 불을 지피려는 쪽은 삼성전자다.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가격인하를 주도한데 이어 또 한차례의 가격인하를
단행키로 하고 "택일"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의 이런 "가격경쟁"에 LG와 대우는 "작년처럼 마냥 뒤따라 가지는
않을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품질"로 정면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LG는 "한국형 제품", 대우는 "탱크 제품"을 상품이미지로 굳혀 "가격보다는
품질"로 소비자발길을 붙들어 매겠다는 계산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삼성전자는 나름의 "가격 공세"를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작년 8월과 12월에 단행한 가격인하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해 국내 판매가격을 최대 80%까지 낮춰야 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의 말에서 읽을 수 있듯이 "가격 낮추기"는 삼성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TV에서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명품"시리즈를 올해
냉장고 세탁기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가격뿐 아니라 품질에서도 경쟁사들을 제압할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가격까지 낮춘다면 "동가홍상"이 아니냐는 말로 가격공세가
주공격 포인트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LG와 대우는 삼성의 이같은 공격에 대해 "가격공세만이 능사일 수 없다"며
"마케팅 차별화"를 분명한 대응전략으로 내세운다.

"좋은 상품을 구분할 줄 아는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를 믿어 보겠다"(LG전자
판매기획실 박경준실장) "제품의 질에 따라 제 값을 받고 정상적인 이윤을
남기겠다"(대우전자 판매담당선종구이사)는게 이들 회사의 전략이다.

한마디로 삼성의 공세에 이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것이다.

굳이 "삼성식 가격전략"을 따라가지 않아도 경쟁에서 이겨낼 자신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LG와 대우는 삼성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공세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삼성의 공세는 제품의 질보다는 "돈"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를테면
"비정통적 전술"인만큼 효과도 제한적 한시적일 수 밖에 없다고 깎아
내리기도 한다.

반도체에서 거둔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부진한 가전영업을 만회하자는게
삼성의 전략이라는 분석(대우전자 선이사)이다.

LG와 대우는 "삼성과 달리" 제품의 질과 유통조직 강화등 장기적인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편법보다는 정공법을 구사하겠다"(LG전자 박실장)는 것.

LG의 카드는 가전으로 다져진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금성사라는 상표명을 LG전자로 연결시키는 것이 최대의
목표"라는 박실장의 설명처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적극 이용할 생각이다.

또 김치독냉장고등 국내 소비자들이 원하는 한국형 제품을 공급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영업사원이 각 점포별로 나눠 맡던 대리점 관리방식을 지역별 관리로
전환해 시장밀착형 영업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대우의 전략은 "탱크"로 다져진 "품질 대우"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유통조직을 강화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존 대리점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체인형 양판점등을 확대한다는
것.

대리점에는 독자적인 실적평가방법을 적용해 지원을 차별화할 생각이다.

실적달성 여부보다는 판매에 최선을 다했는지 여부와 정상적인 판매방식을
사용했는지를 가려 지원을 달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마트등 가전 양판점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지난해 한신유통과 공동
설립한 가전전문 판매점도 지속적으로 늘려 가기로 했다.

어쨌거나 가전 3사의 이같은 마케팅싸움은 소비자 입장에선 반사이익이
큰게 사실이다.

주요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고 동시에 서비스 질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삼성의 밀어붙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가격을 대폭 낮추었을 경우 소비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남겨 먹은
것이냐"는 배신감을 느낄까봐 걱정이다.

가격인하의 시기와 폭을 선택하는데 신중한 것도 이때문이다.

삼성의 이같은 "무한경쟁"에 현실적으로 대응하려는 LG와 대우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좁다.

대우전자 선이사는 "경쟁이 광고전으로 이어질 경우 광고비 증가액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소비자의 비난이 높아질 것이고 밀어내기식 출하가
증가하면 대리점은 재고물량으로 운영이 어려워질 수있다"며 경쟁이 심화될
경우 대응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삼성의 "체력싸움"에 LG 대우의 자칭 "정공법"이 얼마나 먹혀드느냐가
올 "가전대전"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조주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