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체류로 부산항의 체선현상을 부채질하고 쇼핑물건들을 선상에 잔뜩
널려 놓은채 정박하고 있어 항만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아온 러시아
선박들이 이제 "해상 여관" 노릇까지 하며 부산항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관선이란 보따리 장사들을 잔뜩 싣고 들어온뒤 부산항내에 정박하며
이들 상인들의 침식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러시아 선박들에 붙여진 이름이다.

러시아 보따리 장사들은 이들 여관선을 타고 부산에 들어와 낮에는 시내
에서 쇼핑을 하고 밤에는 배로 돌아와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이들 여관선들은 1회에 평균 1백-2백명의 보따리 장사들을 싣고 들어와
평균 5일정도 부산항에 머무는게 보통이다.

지난해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의 전문 여관선은 모두 3백48척.

여기에 실제로 보따리 장사들을 실어 나르는게 주목적인 어선및 일반
화물선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3천여척에 이른다.

실어 나른 보따리 장사는 약 8만여명.

이중 3만2천5백여명은 전문 여관선을 이용해 부산항에 들어왔다.

선박 1척당 평균체류기간이 5일인 점을 감안할때 부산항에는 매일 40여척의
러시아 선박이 내항및 외항에 머무는 셈이고 이 가운데는 5척정도는 전문
여관선이다.

여관선에서 생활하는 보따리 장사 수는 1일 평균 1천여명 선.

이들이 부산항에 쏟아 붓는 생활 오수및 쓰레기의 양은 어림잡아 15층짜리
아파트 2개동 분량과 거의 맞먹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산항 관계자는 "러시아 선박 주위에는 항상 뿌연 물거품이 일고 있다"며
"야간을 이용, 오수및 쓰레기를 바다에 마구 버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빠른 시일내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한뒤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러시아 여관선들의 항만오염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한.러해운회담에서 시정을 촉구했지만 러시아측 실무대표는 "부산
경제가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연간 1천억원 가량을 부산에 뿌리는
러시아 보따리 장수들 때문인데 그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어처구니 반응을 보였다.

<김상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