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유통업체인 다이에이가 주류업체인 산토리사의 제품을 더이상
판매치 않겠다고 선언, 파문이 일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산토리가 다이에이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이토요카도에 유통업체 자체상표(PB)상품을 공급키로 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게 일본 유통업계의 중론.

산토리가 이토요카도 계열인 세븐일레븐저팬과 공동으로 개발한 맥주를
해외위탁생산해 이달말부터 세븐일레븐저팬에 독점납품키로 한 것이 괘씸죄
에 걸렸다는 설명이다.

산토리가 이토요카도측에 밀착토록 내버려둘수 없다는 의미의 초강경조치인
셈이다.

이는 다이에이와 이토요카도 사이의 경쟁관계를 보면 자연스레 설명된다.

이토요카도는 편의점(CVS) 세븐일레븐저팬을 앞세워 다이에이의 주력사업인
슈퍼체인 영역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이토요카도는 더구나 내셔널브랜드(전국적으로 판매되는 유명상표)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PB상품에서의 우위마저 빼앗기게 되면 이토요카도에 뒤질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다이에이를 짓눌렀던 것이다.

장기불황으로 장사마저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산토리의 당돌한(?) 행동에
감정이 상했을수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말을 듣지 않는 제조업체는 장사를 아예 못하게 만들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당장에 속이 타는 쪽은 산토리사.

이토요카도와의 약속은 파기할수 없는 상황이며 그렇다고 연간 2조엔이
넘는 막강한 판매력을 자랑하고 있는 다이에이와 손을 끊을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따라 산토리측은 이번 사태의 조기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산토리의 조정신일랑사장은 지난달 27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를
한시라도 빨리 해결, 다이에이의 거래를 재개할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이에이의 고압적인 자세가 누그러지지 않아 산토리의 희망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