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폭락이 세계증시폭락으로 이어지고있다.

7일 뉴욕시장에 이어 8일 도쿄시장에서 달러가 일거에 89엔대로
급전직하하고 미 일 유럽증시의 주가와 채권값도 크게 떨어졌다.

달러폭락을 막기위해 미국이 더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포기하고 금리인상에 다시 나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금융정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의
최대악재중 하나이다.

이 불확실성의 증폭은 주가와 채권값 하락을 부추켜 세계금융공황을
몰고 올수 있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증시에서 주가는 평균 1%가량 빠졌고 액면가 1천달러인
30년만기 미국채값은 약 10달러 내려갔다.

이처럼 달러폭락에 따른 외환시장불안이 주가와 채권가격급락으로
연결되는 징후가 나타남에 따라 환시와 증시등 국제금융시장에서
투매만 판을 치고 매입세는 없는 금융공황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공황발생우려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은 지금의 국제금융시장이
구조적으로 불안요소를 안고 있기때문이다.

지난주말 미,일,유럽의 18개 중앙은행들은 달러가치회복을 위해
50억달러를 시장에 풀어 달러를 사들였지만 달러폭락세를 되돌려놓지
못했다.

지난 80년대에는 이정도의 시장개입이 이루어지면 환율불안을 충분히
잠재울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 정부의 효과적인 환율안정대책
수립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하루 세계외환거래액이 1조달러를 넘을 정도로 비대화돼있어
단지 수십억달러로 시장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또 시장이 헤지펀드등 민간세력에 장악당해 있고 정보통신발달과
금융시장의 지구촌화로 어느 한지역에서 발생한 정치경제사건이
리얼타임으로 시장에 반영돼 정부가 손을 쓸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

파생금융상품등 투기거래를 부추기는 금융상품이 발달,국제금융시장이
완전히 투기장화돼 버린 것도 금융시장혼란을 가속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중앙은행들의 시장개입이 안정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국이 현사태의 심각성을 보는 입장이 달라 일사분란한 공조체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일본만 현재의 시장상황을 위기로 규정,온갖 대책을 마련하느라
혈안이 돼있지만 정작 이번사태의 최대당사자격인 미국은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

독일역시 일본만큼 초조해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미국은 달러가 89엔으로 추락한 7일 전날에 이어 시장에 개입하지
않아 완전히 두손을 놓고 달러폭락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단지 매커리백악관대변인과 루빈재무장관이 "강한 달러를 원한다"는
종래의 극히 추상적이고 상식적인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독일도 우려감을 표명했지만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으로서는 달러약세가 수출확대효과를 낳고 독일은 마르크강세가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일본과는 동상이몽에 잠겨있다.

일본은 마지막 수단으로 금리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미국과
독일이 각각 인상과 인하로 보조를 맞춰줘야만 실질적인 환율안정효과를
낼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독일은 금리조정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금융공황발생우려는 두가지 시나리오로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각국이 효과적인 공조대책을 찾지 못해 달러폭락사태가
이어질 경우 미증시붕괴-유럽및 아시아증시폭락사태가 잇달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7일과 8일 미국과 유럽 도쿄증시에서 주가가 연쇄폭락하고 채권값이
하락한 것은 금융공황조짐이 희미하게나마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있다.

미국이 달러폭락을 막기위해 금리인상에 나선다해도 당장은 달러안정의
효과를 거둘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달러는 다시 폭락세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인상으로 미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면 달러는 다시 하락하고
경기침체와 금리인상에 영향받아 미주가마저 크게 떨어질수 있다.

다른 하나는 달러폭락에 겹쳐 멕시코금융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이것이 세계금융공황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페소화와 주가가 연일 폭락함에 따라 다른 개도국에서도 멕시코사태와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선진국의 금융불안을 증폭시킬 개연성이
있다.

이는 개도국같은 주변권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선진국의 중심권으로
파급될수 있다는 시나리오이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