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엔고-.업계는 최근의 달러화폭락 엔화폭등 현상을 "기대반 우려반"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대일수출이 늘어나고 제3국시장에서도 엔고 반사이익을 누리고있으나
조립용 일본제부품이나 시설재 도입에서는 원가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실제로 일본을 비롯한 외국바이어의 방한이 늘고 인콰이어리도 급증하는등
수출증대의 길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엔고와 함께 원화절상이 동반될 경우 이같은 엔고메리트는
상당부분 상쇄되고 오히려 대일의존도가 큰 국내산업이 타격만 입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대일부채가 큰 기업들의 경우 적지않은 환차손발생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 편집자 >

<>.엔화절상이 가속화된 이달들어 국내 무역상사와 단체등에 대한수입확대
를 타진하는 외국 바이어들의 내방과 문의(인콰이어리)가 부쩍 늘고 있다.

무역협회 이은삼거래알선실장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바이어들의
내방이 하루평균 3명안팎에 불과했으나 최근엔 5-6명으로 부쩍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과 제3국시장에서 경합관계에 있는 전자 자동차부품쪽에
바이어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실장은 "서면을 통해 대한수입을 문의하는 인콰이어리는 이달들어
1주일간 1백50여건에 달해 작년동기에 비해 20%가량 늘어났다"며
"특히 평소 인콰이어리가 뜸했던 일본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서면
문의를 해오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사항"이라고 귀띔했다.

(주)대우 민병관이사는 "자동차와 전자분야의 수출상담이 활기를
띠고있다"며 "아직 본격적인 엔고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있지만
이달말을 고비로 수주확대등 가시적 결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효성물산 김천덕시장개척팀장은 "신엔고에 따라 폴리에스테르원사와
플라스틱 레진등 화학제품분야에서 일본업계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달들어 이들 분야에서 인콰이어리가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15%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조만간 본격적인
수출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한일본 종합상사들도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신엔고에 따라
전통적으로 주종 영업분야였던 대일수입알선 업무를 뒤로 미룬채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한국산 전자부품 기계설비 자동차부품등의
대일수출 알선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마루베니 서울지점의 마쓰모토 다카시차장은 "일본 기계업체들의
경우 엔화절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부품조달처를 일본국내업체들에
서 한국으로 돌리기위해 작년 10월무렵부터 한국에 구매조사단을
대거 파견해왔다"며 "이미 대부분 업체들이 조사를 끝마치고 올들어
전자부품 기계설비등을 중심으로 한국제품을 들여오기 위한 계약을
속속 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쓰비시상사 한국법인 최문호사장은 "기계 화학 금속등의 경우
그동안은 일본바이어들 쪽에서 가격결정을 주도해왔으나 최근 한국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가격인상을 요구하는 양상으로 바뀌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주)대우등 종합상사들은 엔화값 급등과
함께 해외금융시장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만큼 요동함에 따라
일본종합상사와의 협력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상사들과 해외금융및 원자재시황 제품개발등의
정보교류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와 관련,신세길삼성물
산 사장은 최근 일본을 방문해 미쓰비시등 4대일본 종합상사 고위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중화학업체들은 엔고현상이 지속될 경우 해외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높아질것으로 보고 해외영업망를 대폭
보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중공업 삼성중공업 한라중공업등 조선업계는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가 달러당 90엔 이하로 내려갈 경우 중동과
유럽지역으로부터 유조선및 LNG(액화천연가스)선의 수주가 늘어날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는 한때 일본에 뒤졌던 조선수주액이 올해안에 일본을
앞지를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였던 플랜트제작업체와 CNC(컴퓨터수치제어
)선반제작업체들도 벌써부터 국내외 수요가 눈에 띄게 늘자 시설을
풀가동하는등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석유화학업체와 섬유기계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중국과 동남아지역
시장에서 경쟁상대였던 일본제품을 따돌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품질의
고급화와 함께 해외판촉활동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등 반도체와 자동차제작업체들은
엔고로 일본부품 단가가 높아지자 부품수입선을 독일이나 미국등지로
다변화시킬 품목과 1-2년내에 국산화시킬 품목을 구분하는등 장단기적인
경쟁력향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화학관련 설비의 경우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감안,올연말까지 부품의 국산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엔고의 영향이 원화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대일의존도가
높은 일부 산업과 엔화부채가 많은 기업의 환차손이 크게 증가할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상장회사(금융사 제외)전체의 엔화부채 총액이 2조원을
넘고 자기자본 총액의 4%에 육박하는등 우리 기업의 엔고에 따른
환차손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재계는 엔고가 진행될수록 항공운송및 해상운송 1차금속 섬유산업등의
엔화부채 환차손이 커진다면서 기업별로는 포항제철과 한국전력
대한항공 기아자동차 한진해운 대림산업 현대정공등의 손실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