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비화된 동부그룹과 한농대주주간 경영권다툼에서 당시 주총때
"의장의 유고"여부가 핵심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동부그룹이
주총시작전부터 의장의 유고를 미리 설정한 의사진행안(주총시나리오)을
마련해 놓았던 것으로 밝혀져 관심.

신전사장측의 김응상 한농이사는 당시 주총현장에서 입수한 "신사장
유고시 진행안"이란 제목의 의사진행안(주총시나리오)을 공개.

이 진행안은 맨 첫머리부터 "개회시간 수분 경과후 사장 입장안함에
대하여 주주들 아우성"이라는 지문이 있고 그 바로 뒤에 "의장:대표이사
부사장 정철호입니다. 사장 신준식이 유고이므로 정관 제 15조에 따라
의장을 맡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또 임원선임.해임건의 명단도 이날 실제로 선임또는 해임된 임원과
일치. 따라서 동부측은 "의장유고"의 내용을 일찌감치 신준식 전사장의
주총입장이 늦어지는 것으로 상정해두고 있었던 셈.

신전사장측은 정철호 당시부사장이 10분전에야 신전사장등에게
동부에로의 지분매각의사를 밝힌 것은 신사장등이 다급히 대책마련을
하다가 주총장에 늦게 들어오도록 유도,"의장유고"로 몰아가려는
치밀한 계산이었을 것으로 분석.

실제로 28일 주총에서 신사장측은 정씨일가의 느닷없는 지분매각통보에
놀라 대책을 논의하느라 입장이 늦어졌고 정부사장이 의장을 맡으라는
아우성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곧 신사장이 들어오는 바람에 주총시작부터의 "의장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철호 당시부사장은 주총당시 자신의 글씨로 이곳저곳에 메모해
사용한 이 의사진행안에 대해 "보통 일어날 수 있는 사장의 유고에
대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

한편 증권전문가들은 주총때 정회선포는 의장의 고유권한중 하나라며
뒤늦게 동부의 경영권인수움직임을 인지한 신의장이 인수자와 협의를
하자며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한 것을 "유고"로 보는 데에 회의적.

유고는 사망,사고,해외출장등에 국한된다는 것. 이에따라 신의장측이
제기한 주총무효청구소송과 대표이사등 가처분신청의 결말을 좌우할
"의장유고"를 놓고 법원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되는 상황.

<정진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