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의 연속적인 폭락은 상대적으로 강세통화인 엔과 마르크화의 절상을
초래했다.

이에따라 일본과 독일은 자국통화가치 상승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희생양
으로 부각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달러폭락에 이들 두나라가 보이는 반응은 사뭇 대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지는 그 이유를 두나라의 다른 문화적 배경과 경제적 요소의
상이성에서 찾고 있다.

달러화가 연일 전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을때 일본정계와 경제계인사들은
매일 비상대책회의를 열면서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같은 시간에 독일정재계인사들은 조용한 가운데 오히려 자국통화의
강세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는 이들 두나라의 신문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도 감지된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은 엔고기사를 1면 톱등으로 크게
다루는데 비해 독일의 대표적 양대신문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과
슈트투가르트 자이퉁은 1면 하단에 1단짜리 기사로 사실내용만을 보도했다.

일본의 경우 자원이 빈약하다는 강박관념때문에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
하고 있는데도 수출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따라서 매일처럼 거리에 세워진 전광판과 방송에서는 시간대별로 또는
스팟뉴스 머리기사로 대달러환율변동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국민들중 웬만한 사람을 붙들고 환율을 물어봐도 대부분 정확하게 대답
한다.

반면 독일은 GDP(국내총생산)중에 수출비중이 25%로 일본의 15%보다 훨씬
높은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차분하다.

오히려 국민들중에는 마르크강세가 해외여행과 수입가격하락에 도움이
된다고 반기는 분위기마져 있다.

또 전후 마르크화는 줄곳 상승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기회가 기업에게는 고용축소와 공장의 해외이전을 자극함
으로써 다시한번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물론 OECD(국제경제개발협력기구)는 지금같은 달러약세로 올해와 내년도에
두나라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독일기업들은 엔화강세로 오히려 이익을 보는 것은 자기들이라고
믿고 있다.

자국상품의 경쟁력은 저임금에 있는게 아니라 품질과 제품자체의
고부가가치성 그리고 인간적 사회적 요소가 가미된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김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