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수 대우경제연 연구위원>

대학졸업시즌이 막을 내렸다.

이들 졸업생중에는 더 높은 단계의 학교로 진학한 사람도 있을것이고
생산현장에 뛰어들어 직장으로 출근한 사람도 있을것이다.

반면에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아직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구직활동을 하고있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매우
슬프게 한다.

전체 근로자의 실업률이 2.4%로 명실상부한 완전고용상태에 있는
반면 대졸자의 실업률은 92년 3.5%,93년 4.0%등 여전히 3%를 웃돌고
있다는 사실은 단 하나의 인력자원이 아쉬운 요즈음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더욱이 85년이래 대졸자의 실업률은 고졸자의 실업률보다 높은
수준에 머루르고 있어 더 좋은 장래를 위해 대학진학을 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있으며 귀중한 인적자원이 낭비되고 있다.

그렇다면 85년이후 대졸자의 실업률이 고졸자의 실업률을 초과한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남아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이는 수요측면에서 대졸자에 대한 수요증가가 고졸자에 대한 수요증가보다
작았기때문에 발생했을수도 있으며 혹은 공급측면에서 대졸자의
노동공급이 고졸자의 노동공급보다 컸기때문에 발생했을수도 있다.

먼저 수요측면을 보면 85년이후 대졸자의 취업증가율이 고졸자의
취업증가율보다 높았고 고용탄력성을 보더라도 대졸자의 고용탄력성이
고졸자의 고용탄력성보다 1.6배정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 대졸자에
대한 수요가 고졸자에 대한 수요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음을 알수있다.

반면에 공급측면을 보면 81년이후 고졸자의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은
7.4%로 대졸자의 경제활동인구 증가율 10.3%보다 훨씬 낮았으며
그 차이는 85년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 사실로부터 85년이후 대졸자의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대졸자에
대한 수요증가가 부진했었다기보다는 대졸자의 노동공급이 상대적으로
과대했던데에 그 원인이 있음을 알수있다.

그렇다면 이 기간에 대졸자의 노동공급이 왜 상대적으로 과다하게
이루어졌는가가 궁금해진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것은 노동숫급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채 정책적
차원에서 81년부터 시행된 대학 졸업정원제도 때문이다.

만약 대졸자에 대한 수요증가를 예상하여 대졸자의 노동공급확대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대졸자의 과다공급문제나 높은 실업률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것이고 설사 발생했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실업자
자신의 책임으로 귀속된다.

그러나 대졸자의 공급증가가 대학문호를 갑자기 확대시킨 정부의
무분별한 정책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책임을 면할 방법이
없다.

뿐만아니라 정부가 대학문호만 넓혔지 노동수요 변화에 따라 교육내용을
개편하는 일을 게을리하여 대졸자에 대한 수요증가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도 대졸자의 실업률이 높아진 하나의 원인이다.

즉 고급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산업구조변화에 부응할수
있는 교육이 그 당시에 시행되었더라면 대졸자의 실업률이 지금과
같이 높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며 직종에 따라 대졸자에 대한 초과수요와
초과공급이 병존하는 구조적 불균형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과오는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되며 앞으로는 노동시장의
수급사정과 구조변화에 부응하는 노동공급계획과 교육내용이 수립되어야한다
.

이것은 정부가 해야할일이며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기업은
신규 근로자의 충원과 재교육을 위해 쓰는 불필요한 시간과 금전적
비용을 절약할수 있을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