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금융위기악화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가 무척 부담스럽게
됐다.

미국은 달러회복방안중 하나로 금리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금리인상은 여러 방안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상 현재로서는
달러를 안정시킬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시장개입도 효과가 없고 또 달러약세의 근본요인이랄수 있는 막대한
무역적자나 재정적자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때문에 달러회복을 위해 당장 큰 효과를 낼수 있는 조치는 금리를
올리는 것 뿐이다.

하지만 금리를 올릴 경우 중남미금융위기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금리인상은 중남미각국의 통화가치와 주가를 더 아래로 밀어낼
것임이 분명하다.

이지역에 투자된 미국자금은 미금리가 더 높아지면 수익률이 높아진
미금융자산으로 돌아갈것은 너무도 뻔한 이치다.

미국자금과 함께 다른 선진국의 중남미투자자금도 미국이나 독일등
유럽지역으로 환류돼 멕시코등 중남미지역은 자본의 공동화에 빠져들
우려가 높다.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자금이 부족해지는 자본의 공동화는 곧 경제의
파탄을 의미한다.

지금 그렇지 않아도 미국및 다른 선진국의 자금이 중남미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데 미금리가 인상되면 이 자금이탈속도가 더 빨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내릴수 있는 예상이다.

미국과 멕시코경제는 지난해 1월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사실상 같이 움직이고 있다.

상품과 자본,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이 NAFTA가 추구하는 근본 목적이다.

두나라중 어느 한쪽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그 여파는 즉각적으로
상대국에 파급될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양국경제관계이다.

지금 달러화폭락이 시작된 것도 따지고 보면 멕시코통화위기때문이었다.

페소가치와 주가가 폭락,멕시코경제가 불안해지자 그 여파는 곧장
미국경제로 갈수 밖에 없는 상관관계로 달러가치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같은 배(NAFTA)를 타고 있는 멕시코의 경제위기를
좌시할수 없는 형편이라 멕시코금융지원책을 수립,다른 선진국들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멕시코가 같은 배를 탄 경제동맹국이기도 하지만 멕시코는 미국의
세번째로 큰 무역상대국이다.

캐나다와 일본다음이다.

멕시코는 또 미국이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교역국가중
하나다.

지난해는 무역흑자규모가 약 20억달러로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몇년전까지만 해도 50억달러이상의 흑자를 올려 미국의 전체무역수지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같은 멕시코가 금융위기가속화로 올해 마이너스성장의 경기침체에라도
빠지는 날에는 미국경제도 타격을 입지 않을수 없게 된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입수요감소로 미국의 대멕시코수출이 줄어들게
되고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수많은 미기업들의 경영상태도 나빠진다.

또 국내경기불황에 못이겨 미국경을 넘어오는 멕시코노동자들이
증가,미고용사정을 악화시키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미금리인상이 초래할 이같은 역효과때문에 미국은 달러부양만을
위해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는 것이다.

또 중남미경제의 피해를 무시하고 당장 급한 달러회복을 위해 금리를
올린다해도 궁극적으로는 금리인상이 다시 달러약세로 연결될수가
있다.

금리를 인상,달러폭락이라는 발등의 불은 끌수는 있다.

그러나 미금리인상-중남미에 투자된 미자금의 미국회귀-중남미금융시장붕괴
-달러약세의 순환고리는 지난 1년동안 미국의 7차례 금리인상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났었다.

이 악순환을 경험한 미국으로서는 금리를 올리기가 힘들게 된것이다.

결국 지금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금융시장의 위기심화는 달러회복을
겨냥,금리를 올리려는 미국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이정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