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8천억원정도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구체적인 경영실적은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공개되지만 이익규모는
전년도인 93년(4천1백93억9천만원)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기업같으면 장사를 잘했다고 떠벌릴 만한 기록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한전은 고민이 많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전기료인상을 추진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배당률을 높여달라는 주주의 압력도 배제할수 없어서다.

한전의 수익이 작년에 급증한 것은 전적으로 지난여름의 폭염과 가뭄이
주요인이다.

살인적인 여름더위로 전력예비율이 사상 최저치인 2.8%로 떨어질 정도로
전력판매가 대폭 증가,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전은 이같은 이익규모가 당장 추진해야 할 전기료인상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기료는 지난 92년에 인상된후(6%) 물가안정정책에 눌려 2년간 동결돼
왔다.

통상산업부와 한전은 올해는 전기소비절약을 유도하고 발전설비를 확충
하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인상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물가당담부처인 재정경제원도 전기료인상의 당위성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어 이제는 인상폭과 시기를 결정하는 일만 남아 있다.

일부에선 5월중에 4.5%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발등에 떨어진 현안을 밀어부치려 하는 시점에 공교롭게 "이익
2배증가"가 발표되게 돼 한전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다.

"이익이 그렇게 많이 났는데 웬 전기료인상이냐"고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이를 설득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일반주주들이 배당률을 높여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한전으로선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지난해 한전의 배당률은 정부 2%, 일반주주 10%였다.

일반주주에 대한 배당률은 90년부터 줄곧 10%를 유지했다.

한전측은 지난해 이익이 전년보다 2배정도 늘어난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발전소건설이나 송배전시설투자에 들어가는 자금이 연간 5조-6조원에 달해
외자를 끌어쓰는 상황이어서 일반제조업체와 같은 잣대로 이익을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전관계자는 "이익이 많이 났다고 해서 전기료인상이 늦어진다거나 배당
확대로 사외유출이 많아질 경우 시급한 발전설비건설에 차질이 빚어질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올해도 작년과 같은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재현될 경우 전력예비율
은 1.5%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극심한 가뭄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자칫하면 제한송전을 해야할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만큼 발전설비건설확충과 전기소비절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한전은 이익 2배증가의 의미를 소비자들이 과대해석하거나 오해
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