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8세가 된 그레고리 허칭스 톰킨스그룹회장은 이제 나이가 지긋해
보이기 위해 머리에 바르던 화장용 파우더를 사용하지 않는다.

부실한 기업을 인수해 이를 정상의 기업으로 키우는데 15년이란 세월을
바쳐온 그에게 이제 스쳐간 세월의 그림자가 훈장처럼 얼굴에 고랑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종래의 장사꾼들처럼 기업을 헐값에 매수해 이를 다시 되파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을 투자해 사업을 더욱 확장시킨 투철한 기업인이다.

그는 지난 83년 대출받은 돈 100만달러로 버클등 장신구를 제조하는
톰킨스의 주식 11%를 인수했다.

톰킨스는 당시 매출액 2,500만달러의 소기업에서 이제 영국과 미국등에
72개의 기업을 거느린 자본금 42억달러의 대형그룹이 되었고 2000년까지는
100억달러어치를 매출한다는 당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같은 그룹창업의 신화는 바로 어릴때 모래색 금발에 바르던
파우더가 계기가 됐다.

허칭스가 24세이던 지난 71년.

영국에서 건설회사를 시작한 그는 자신의 동안이 사업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고 판단, 머리에 분말을 뿌리기 시작하게 됐고 그로부터 9년뒤인
33세때 그는 파우더의 덕을 보게 된다.

거대한 복합기업인 한슨의 기업인수합병(M&A)책임자로 스카우트 된 것.

최종 인터뷰에서 파우더로 나이가 들어 보이려한 기지가 높이 평가됐음은
물론이다.

한슨으로의 전직은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고 만다.

그가 제조업에서 부실기업을 찾아내 이를 사들인다음 경영을 정상화시킨후
매각하고 다른 큰 기업을 찾아나서는 기술을 배우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직 3년만에 그는 톰킨스 지분을 매입하게 된다.

이후 톰킨스의 경영을 맡게된 허칭스는 이 보잘것 없는 회사의 세일즈맨과
엔지니어들에게 수뇌부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이들에게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보너스를 지급한다.

허칭스의 이같은 자율경영과 인센티브제로 경영을 시작한 첫해에 톰킨스의
이익은 배로 증가했고 여유자금으로 자동차부품 도매점과 잔디깎이 제조
회사를 매수할수 있었다.

때마침 증권시장도 활황을 보이면서 허칭스가 15센트에 사들인 주식이
85년에 1달러까지 폭등하게 된다.

허칭스가 생애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수를 결행한 것은 지난 92년 12월.

랭크스 호비스 맥도갈이라는 영국에서 가장 큰 제빵회사를 15억달러에
매입한 것.

그러나 이 시기는 영국에서 빵가격이 폭락하던 시절이었다.

증권시장에서 톰킨스의 주가는 25%나 하락했다.

그러나 2년뒤 그는 관리자들을 오히려 고급빵과 밀빵 세일에 내보내면서
사업을 되살려 놓고야 말았다.

허칭스의 스승이자 파우더로 속임수를 썼던 그를 기억하고 있는 한슨사의
화이트씨는 "그는 아마 우리에게서 조금은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기업적인 재능은 이미 그가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있었다"고 극찬했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