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94년 국민계정(잠정)"은 지난해 우리경제가 설비
투자와 수출증가를 바탕으로 고성장을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민간소비가 늘어나는등 과열기미도 나타나고 있어 성장의 연착륙을
유도할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은은 지난해 우리 경제가 고성장속에서도 건실한 내용을 담고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GDP기준 8.4%의 성장은 91년 9.1%이후 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2.4분기와 3.4분기에 7.6%였던 성장률이 4.4분기에는 9.3%를 기록,
성장세가 꺽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93년 1월이후 24개월째 상승국면을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과거
경기상승기간의 평균기간인 31개월보다 더 길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강남 한은조사2부장)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제조업의 설비투자와 수출이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성장의 내용도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총고정자본투자는 11.7% 증가했으나 제조업설비투자증가율은 지난 86년
(23.5%)이후 가장 높은 23.3%를 기록했다.

특히 4.4분기의 설비투자증가율은 30.6%로 지난 79년 2.4분기(62.7%)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92년과 93년에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던 경공업도 지난해엔 3.6%라는
플러스성장으로 돌아서 경기의 양극화현상이 다소 해소됐음을 보여준다.

경공업도 성장에 가세함에 따라 제조업의 성장이 전체 성장에 대한 기여도
가 93년의 25.4%에서 작년엔 35.8%로 높아졌다.

이같은 실물생산의 활기를 반영해 도소매 운수 통신등 서비스부문도 93년
(7.6%)보다 큰폭인 10.7% 성장했다.

서비스업 성장률이 제조업성장률(10.4%)을 앞지르고 있어 경제의 서비스화
가 가속화되는등 산업구조도 바뀌고 있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광공업은 27.3%에서 27.2%, 건설업은 13.9%에서
13.5%로 각각 떨어진 반면 서비스업은 38.9%에서 39.5%로 올라갔다.

경상GDP를 불변가격 GDP로 나눠 한해동안의 실질적인 물가변동폭을 보여
주는 GDP디플레이터는 그러나 93년(5.1%)보다 다소 높은 5.4% 상승했다.

이는 농산물가격과 임금이 비교적 큰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저축률과 투자률은 93년엔 모두 35.2%로 균형을 이뤘으나 지난해에는 총
투자율이 36.1%로 총저축률 35.2%보다 커 경상수지적자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그러나 경기과열의 신호로 볼수있는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소비증가율은 93년 5.7%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7.4%로 늘어났다.

특히 1.4분기 6.8%에서 4.4분기엔 7.8%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4.4분기의 민간소비증가률은 지난 92년 1.4분기(8.5%)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건설투자도 건물투자는 주택과 상업용건물 건설의 부진으로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도로 공항 전력시설등 사회간접자본투자가 4.4분기중 14.6%를
기록하는등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등 내수를 어떻게 관리하는가가 앞으로의
정책과제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