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에서 해마다 3월에 열리는 세비트(CeBIT)는 미국의 컴데스
(COMDEX)와 함께 세계 양대 컴퓨터및 정보기술(IT)전문 전시회로 꼽힌다.

특히 참가국수와 전시면적등 규모면에서는 컴덱스를 압도한다.

올해에도 60여개국에서 6천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했으며 한국종합전시장
(KOEX)의 20여배가 넘는 31만 의 전시공간에 컴퓨터와 정보통신 제품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컴덱스와 세비트는 마치 헐리우드의 아카데미상과 베를린 영화제만큼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컴덱스는 컴퓨터에 있어 "팍스-아메리카나"를 이끌고 있는 화려한 스타들과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의 잔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세비트는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하며 전문기술을 갖추고 있는 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얼터너티브 록 페스티벌"과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기본통신을 비롯해 정보통신 분야의 최고기술을 갖고 있는 자존심강한
유럽 업체들이 정보통신 세계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컴덱스가 세계 컴퓨터 업계를 이끌어가는 영웅들의 전략을 짐작할 수 있는
광장이라면 세비트는 객관적이고 차분하게 다양한 흐름들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관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전시회에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등 10여개 업체가 참가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총 6백여개 업체가 참여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다.

대만의 경우는 3백여개 업체가 자리를 잡고 세계에 "컴퓨터 강자"로서의
이미지를 심고 있으며 홍콩과 싱가포르도 각각 68개와 45개 업체가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유럽이 통합된 거대한 시장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과거 정보통신의 불모지대
였던 동유럽 지역에 정보인프라 구축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비트는 국내 정보통신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는데 있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