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는 15일 초대 사무총장선출을 둘러싼 교착국면이 타개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피터 서덜랜드 임시총장 체제를 오는 4월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유럽연합(EU)과 WTO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국의 WTO 대사들은 이날 2번째로
열린 2시간반의 마라톤회의 끝에 총장선출문제에 관해 아직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는 미국등 일부 국가들에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서덜랜드
임시총장에게 오는 4월말까지6주 더 총장직을 맡아 주도록 요청키로 합의
했다.

관계자들은 서덜랜드총장이 이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는데 그는
당초 이날 WTO 과도 총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부드 가드너 미국대사는 각국의 대표들이 초대 총장선출
결정에관한 총의를 도출하는 데 "한발"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다른 대표들은 초대 총장선출문제로 지난 9개월간 계속되고
있는 난항이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는데 전 이탈리아 통상
장관인 레나토 루지에로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드너 미대사는 총장선출문제를 뒤로 미루기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미국이
각국의 지지면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루지에로나 한국통상대사인 김철수
후보중 한 명을 지지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며칠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루지에로후보를 지지해 온 EU의 쟝 피에르 랑 WTO대사는 회의가 끝난 뒤
차후의 사태전개에 대한 질문에 논평하기를 거부했으나 EU관리들은 이
문제로 미국이 즉각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과중한 압력을 받지 않게 유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전 멕시코대통령인 카를로스 살리나스후보가 국내 정치문제로
인해 2주전 후보사퇴한 뒤 루지에로 등 남은 2명중 누구를 WTO총장감으로
택할 것인가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한편 전날 김영삼대통령이 EU본부를 방문, 쟈크 상테르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바 있는 한국도 현재까지 김후보의 사퇴의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데 WTO의 경우 관세무역일반협정(가트)이나 유엔과 마찬가지로 주요
사항에 관해 회원국 만장일치로 의사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아일랜드출신의 전 EU집행위원이기도 했던 서덜랜드총장은 지난 93년7월
이후 가트를 끌어 오면서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을 통해 금년중 가트를
승계하게 되는 WTO 창설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