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과 정부간의 경기과열논쟁이 재연되는 가운데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올해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확대는 자금수요를 늘려 시중금리상승을 유발하고
이같은 자금시장동향은 주식시장에도 직간접의 영향을 미친다.

또 경영실적에 변화를 가져와 기업내용을 근거로 한 주가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투자활동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증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통상산업부가 최근 발표한 국내 주요 2백대기업의 올해 투자계획은
36조9천8백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실적보다 50.9%나 증가한 규모다.

투자부문별로 보면 생산능력증대를 위한 투자가 전체투자규모의 69.7%로
작년보다 확대되고 자동화및 합리화를 위한 투자비중은 8.9%,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7.2%로 작년보다 줄었다.

기업들이 이처럼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경기회복세와 엔고로 인한 수출수요증가및 국내경기 활황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부문에서 경기과열여부를 놓고 기업들과 정부가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경제는 예상했던 7.3%를
크게 넘어선 8.4%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91년이후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이다. 이는 86년이후 가장 높은 23.8%의
증가율을 기록한 기업설비투자가 견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산업증권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설비투자증가는 금리상승을 가져오고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거나 횡보하면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쌍방향의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비투자와 종합주가지수의 관계에 있어서는 설비투자증가가 경기호황
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종합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경험으로 볼때 설비투자증가는 21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산업증권의 분석이다.

이같은 설비투자증가와, 금리 그리고 주가와의 연결고리는 최근의 미국
증시 움직임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작년이후 지속적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에
성공함에 따라 미국기업들의 설비투자는 꾸준히 증가일로에 있고 미국
증시는 올들어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확대의욕이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경기순환에 대한 진단이 먼저 필요하다.

과거의 평균경기확장기간인 31개월에 비춰볼때 현재의 국내경기는
24개월째 상승국면을 맞고 있어 경기확장국면은 올해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기업들의 왕성한 설비투자확대의욕에 따라 국내경제의 활황은
좀더 연장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대세상승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는 경기과열의 상징인 물가상승(인플레)과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3월들어 시중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
외적요인도 밑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경제상황을 과열로 보는 정부가 본격적인 금융긴축을
추진할 경우 일시적인 주가하락도 예상된다.

또 주가가 언제까지 상승가도를 달릴 것인가하는 전망에 경기확장이
끝날때에도 미국처럼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커다란 변수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종합주가지수 950대에서 일시적인 조정을 받고 있는
주식시장이 1월의 경험처럼 다시 폭락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증권전문가들의 기대이자 분석이다.

<이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