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중순 정부와 경제계 지도자 500명쯤이 모이는 대규모 연찬회의
개최소식은 그 명칭도 생소하려니와 때가 때이니 만큼 관심이 비상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상호 이해를 통한 경영자의 의식개혁과 협력증진이
그 목적이라고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은 설명했다.

연찬회란 형식부터가 연사의 시국강연이나 듣고 박수치고 끝나는
여느 행사와는 다르게 들린다.

일정 주제로 사전연구된 내용이 발표되고 참가자간에도 깊이 있는
의견이 교환됨으로써 감명과 함께 교양을 주는 기회로 이해된다.

주제인 "대기업 중소기업간의 이해증진"은 새삼스럽게 강조될 필요조차
없이 항구적으로 추구될 국가적 과제다.

물론 무한경쟁의 개방시대에 들어 한국산업의 총체적 경쟁력을 드높이기
위해선 국내 대.소 기업간의 협력이 어느때 보다 긴요하다는 시의성을
간과할수 없다.

따라서 연찬회의 중점행사로 짜여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증진을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제시,대기업의 정부및 중소기업에 대한 제언,중소기업
의 정부및 대기업에 대한 제언과 토론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93년초 사회개혁의 기치를 높여 현 정부가 출범할 때 대기업에
긴장감이 감돌았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대통령이일일이 그룹 총수들을 개별 면담하면서 기업의욕을
북돋워 그것이 침체의 늪에서 경기를 이만큼 부양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한것 또한 분명하다.

더구나 국제화에서 세계화로 기업 경쟁력 제고의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새정권의 경제관은 평면적인 선입견에서 국민경제 발전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존공영이 필수과제라는 입체적 인식으로
전환되었으리라는 천착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동남아와 APEC여행,이번 유럽순방을 계기로 세계속에
추구할 우리의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현실감을
더했으리라 여겨진다.

사람이 주의주장에 철저하면 마음은 후련해지는 일면이 있으나
마찰과 대립을 수반하는 결함이 문제다.

반면 타협.화합.협력의 도출은 빛이 안나고 힘들지만 맺어내는 결실은
크다.

대기업만으로,중소기업만으로 열린 세계시장에서 경쟁해 이길수
없다.

서로가 맞 다루지 않고 보완할 때 비로소 돌파력이 용솟음친다.

이번 행사는 역기능이 더 컸던 권위주의시대 관제행사와는 취지부터
다르므로 결실이 있을 것이다.

최소한 경제 공무원들이 귀를 열고 자신의 권위주의가 경제운용에
더 이상 악재가 안되도록 자성하며,노사평화의 씨를 뿌리는 기회만
돼도 연찬회의 소득은 크다고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