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를 갖는 인물이 이끄는 사회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 변고가 생기면 사회전체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성장이나 모험보다는 안정이 최우선적으로 강조된다.

지금 중국이 맞고 있는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등소평은 이 시대에 마지막 생존한 카리스마적 지도자이다.

하지만 지금은 건강악화로 거의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다.

등의 정치적 영향력도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은 이미 포스트 등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이런 전환기에 열린 중국의 국회인 전국 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2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8일 폐막된다.

이번 전인대는 등없이 항해할 중국대륙의 장래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인들의 이목을 모았다.

전인대는 예상대로 등의 사후를 대비하는 정치적 포석에 비중을
둔 느낌이다.

강택민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등후계체제를 공식확인했다고
볼수 있는 징후들이 두드러졌다.

강측근 인물로 부총리들이 충원되고 강의 권부 인맥확대를 위해
각료급인사를 포함해서 대폭적인 인사개편도 이뤄졌다.

전인대에서 국방비를 큰 규모로 늘린 것은 현 지도층이 체제안정을
위해 군부지지가 필요한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중국은 그동안의 성장정책에 따른 인플레 실업 빈부갈등의
사회적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체제안정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인대는 정치안정과 체제구축을 저해하는 사회적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해 경제정책도 "안정"쪽을 확실하게 선택했다.

이붕총리는 회의개막직후 인플레억제 성장목표의 하향조정 등을
주요 시정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는 중국의 향후 경제정책이 안정위주로 추진될 것임을 공식 확인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전인대가 통과시킨 중앙은행법(인민은행법)이 통화정책의 목표를
경제성장보다는 통화가치안정에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중국은 지금 분명히 과도기에 있다.

하지만 중국은 당분간 강택민 체제아래서 안정위주의 개혁개방정책을
지속적으로 밀고나갈 것이다.

92년 한.중 수교이후 양국관계,특히 우리의 대중 투자.교역 규모는
급격히 확대돼왔다.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우리의 또 하나의 거대 경제파트너로 부상하는
국가이다.

중국이 이번 전인대에서 확인한 안정위주의 경제정책방향이 앞으로
우리의 대중진출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세심한 분석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