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두사람이 장편소설을 발표,화제를 모으고 있다.

"모짜르트가 살아있다면"(민음사간)의 김미진씨(33)와 가상미래소설
"대란"(전3권,가서원간)의 정재운씨(37)가 화제의 작가.

두사람 모두 개인전 경력을 가진 서양화가로 일반적인 등단절차를
"생략"한채 두툼한 장편으로 데뷔,주목을 끈다.

김씨는 미국타우슨대와 MICA를 졸업했으며 미국과 국내에서 3회의
개인전,정씨는 홍익대미대를 나와 2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붓대신 펜을 들고 변신에 나선 이들의 작품은 별도의 "통과의례"를
필요로 하지 않을만큼 탄탄한 가운데 신세대문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미진씨의 "모짜르트가 살아있다면"은 예술의 의미를 묻는 무거운
주제를 감각적이고 경쾌한 언어로 잘 묘사한 작품. 할리우드영화같은
빠른 장면전환과 자유로운 대사가 특징이다.

미국에 유학간 미술학도들의 사랑과 고뇌가 "점" "선" "면" "보이지
않는 풍경"등 4부에 담겨있다.

1부의 시간이 4부의 마지막장면보다 뒤로 설정되고 2부는 한국에
돌아온후의 상황을 담고 있는등 시작과 끝이 맞물리고 이어지는
순환구조로 돼있는 것도 흥미롭다.

작품 전편에 "달러가 가득 든 가방과 바꿀수 없는 것이 무엇이냐"는
화두가 깔려있다.

"점"은 혼자인 인간,"선"은 시간속의 인간,"면"은 관계속의 인간,그리고
"보이지 않는 풍경"은 이 세가지가 결합된 세계속의 인간을 상징한다.

정재운씨의 "대란"은 인류의 환경파괴에 따른 21세기의 식량위기를
모티브로 핵전쟁과 인류대청소 음모를 다룬 미래소설.

역시 기존의 틀을 벗어난 문체의 속도감과 카메라앵글을 따라가듯 하는
영상기법이 돋보인다.

서기 2003년.식량난을 해결하기위해 미국은 일본,통일유럽과 함께
지구통합정부 구성과 식량기지건설을 골자로한 GH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하지만 이는 식량기지로 위장된 "노아의 방주"에 지구환경을 재현한뒤
인류의 절반을 핵전쟁으로 청소하려는 음모였다.

결국 음모는 성공하고 혹독한 핵겨울을 이겨낸 몇몇 생존자들이
식량기지로 찾아들지만 대부분 살상용 세균의 벽에 부딪혀 죽는다.

프로젝트의 전말을 알아낸 알렉스김 또한 희생되지만 음모자의 가정에
입양된 그의 아들에 의해 마침내 기지의 비밀은 깨진다.

작가의 상상력만큼이나 풍부한 첨단과학지식과 방대한 스케일,감각적인
대사등이 재미를 더한다.

현재 국내의 미대 출신작가로는 이제하 강석경씨등이 있다.

<고두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