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재경원과 한은의 힘겨루기가 시간이 갈수록
감정싸움으로 악화되고 있다.

두 기관을 대표하여 홍재형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김명호 한은총재는
지난 1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참석,한치의 양보없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민주사회에서 보다 나은 정책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치열한 난상토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정부안을 개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홍부총리의 자세나
은행감독원 분리여부와 관계없이 한은의 독자적인 은행감독필요성을
주장한 김총재의 발언이 모두 합리적인 타협이나 조정과는 거리가
멀고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데 있다.

이제 우리는 양쪽의 자제와 냉정한 판단을 촉구하며 몇가지 핵심쟁점에
대한 조정방향을 예시하고자 한다.

먼저 은행감독권의 경우 한은의 원활한 통화신용정책 수행을 위해
통화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은 한은이 갖되 비통화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은 실설되는 금융감독원이 행사토록 할수 있다.

또한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 비록 통화금융기관일지라도
통화신용정책과 상관없는 경영일반에 대한 감독은 논의중인 예금보험제도
등을 통해 금융감독원이 개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규제완화와 업무효율향상을 위해 한은과 금융감독원의 감독범위가
중복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다.

다음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심의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구성에
대해 말하면 금통위 의장을 뺀 9명의 위원중 당연적인 재경원차관을
포함,6명을 정부에서 차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현실적으로 금융기관등 민간부문에서 추천된 위원들이 정부방침에
얼마나 반대할수 있느냐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부가 추천하는 위원수를 4명으로 하고 만일 금통위 의장인
한은총재와 민간추천위원이 모두 정부방침에 반대하는 경우에는
금통위 의장이 최종결정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한은총재는 국무총리가 제청하고 국회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며 한은예산은 국회심사로 충분하다고 본다.

재경원은 한은의 발권력에 따른 예산팽창을 우려하나 이는 지나친
기우다.

오히려 한은의 발권력동원 운운하며 12.12 증시부양책을 강행한
것등 과거의 전횡이 한은독립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촉진했음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한은도 지나친 기구팽창및 증원,공무원 빰치는 관료주의,금융현실에
어둡고 고압적인 업무자세 등을 고쳐야 한다.

동시에 통화관리방식의 개선도 서둘러야 하겠다.

재경원과 한은은 부처이기주의를 버리고 국민경제를 위해 과연
무엇이 최선책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