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이웃 부인의 청탁으로 형식뿐이라는 말만 믿고 금전차용의
보증인으로 남편의 이름을 적고 날인을 한 경우,남편은 보증인으로써
책임이 있는가.

보증을 한다는 것은 금전을 빌려주는 사람과의 사이에 금전을 빌리는
사람의 채무를 보증한다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본인이나 적법한 대리인이 금전대차증서의 보증인란에 기명하고
날인하는 것은 보증을 하겠다는 청약이고,금전을 빌려주는 상대방이
이 증서를 받고 그렇게 하자고 승낙하면 두사람의 의사합치로 보증계약은
성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처가 남편의 이름을 적고 날인한 경우에는 남편 명의로
보증한 것이 되므로 묵시적으로 인정한 경우에는 유효하나,남편으로부터
대리권을 갖고 있지않은 처의 보증행위는 무효이며 보증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편으로부터 아무런 동의나 대리권의 위임없이 처에 의해
일방적으로 성립된 계약에 대해 남편에게는 그 책임이 없다.

그러나 민법 제126조에는 "대리인이 그 권한외에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3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경우 단순히 보증인의 처니까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는 것은 위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라고 볼수 없으며,남편이 보증할만한 상황에
있었다던지,남편의 당시 언동으로 보아 그 사정을 알면서 묵시적으로
인정하였다던지 하는등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을 때에는 제3자가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여 남편이 그 책임을 지게된다.

한편 예외로 민법에서 부부의 일상가사와 관련한 채무에 대해서는
남편도 처와 연대하여 지급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처가 일상의 음식물이나 가사용품을 구입한 경우 이 대금의
지급의무는 남편에게도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것은 부부공동생활의 일체성을 생각할때
부부의 대외적 단일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제3자에게 필요이상의
불안을 주거니와 부부공동생활 그 자체의 운영도 원만하게 진행될수
없다는 고려에서다.

김 현 < 변호사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