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다.

그래서 증권사들은 돈이 몰리는 곳에 지점을 낸다.

명동과 강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이 많이 몰려드는 곳이다.

우리나라 증권사 지점수의 4분의1인 2백23개 지점이 이곳에 집결해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명동과 강남지역이 증권영업 경쟁의 요충지요 승부처인만큼 증권사들도
1급승부사들을 이지역 지점장으로 내보낸다.

명동지역의 실력파 지점장으로는 동부증권 을지로의 김도영,동방페레그린
명동의 김석환,동양을지로 김삼명,쌍용 명동 이헌기,대신명동 임철순,한진
소공동 신현우,한신 중앙 라상채지점장등이 꼽힌다.

김도영지점장은 32세에 지점장에 올라 최초로 지점약정 1천억원을
돌파한 기록제조기다.

김석환지점장은 고객들에게 일일이 수익률까지 보고하는 신영업전략을
구사하면서 지역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역시 30대중반의 강타자.

주식부장등 증권회사 주요 보직을 두루거친 임철순지점장과 신현우
지점장은 자산주돌풍을 일으킨 사람들로 시장흐름을 읽어내는 눈이
예리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명동에 맞서는 강남지역 지점장들의 면면도 만만치않다.

쌍용 홍기봉,한신 압구정 박현주,한신 양재 임헌국,동부 강남 양호철,
삼성 압구정 강현중,대우 반포 탁홍만,동양 강남의 전상린지점장들은
강남의 자부심을 드높이고 있다.

홍기봉이사는 직원들을 약정에 내몰지 않으면서도 이지점을 전국수위로
끌어올려 관리자로서의 역량을 과시했고 한신증권 박지점장은 33세에
지점장으로 발탁돼 한달약정 1천9백억원의 대기록을 세워 기린아로
떠올랐다.

대우의 탁지점장은 직원들 조련에 탁원한 능력을 발휘해 이증권사
개인 약정부문 1위직원들을 거듭 생산해내고 있다.

강남지역 지점장들은 홍이사등 일부를 제외하면 명동보다 평균연령이
5살이상 젊다.

그만큼 시세움직임에 민감하고 과감한 베팅을 유도해내는 승부사적
기질을 자랑한다.

명동과 강남의 차이는 투자자들의 성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통의 명동이 대주주와 큰손,넥타이부대의 본거지라면 신흥강남은
"사모님"들이 투자자의 주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명동이 정석투자로 대형주에서 승부를 낸다면 강남은 시세에
편승하는 개별종목 매매로 승부의 곡예를 펼쳐간다.

지점장들의 덕목도 그래서 달라진다.

명동의 지점장들은 시세와 종목에 대해 길게 설명해야할 일이 별로
없다.

투자자들도 척하면 알아듣는 프로급들.이들은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보여도 당황하지 않으며 침체기에도 좀체 장을 떠나지 않는다.

약세장에서는 명동에서 지점장을 하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이에비해 강남지역의 투자자들은 한마디로 화끈하다고 쌍용증권의
홍이사는 말한다.

80년대 부동산에서 거침없이 부를 축적해왔던 속도전술을 증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투자규모도 커 보통 1억원이 넘지만 약세장일때는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래서 투자자들을 다독거려가는 지점장들의 노하우도 필요하다.

썩어도 준치라는 명동과 떠오르는 강남지역의 지점장들이 올해는
어떤 승부를 펼쳐갈것인지 주목받는 요즈음이다.

< 정진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