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들은 주식투자에서 큰 돈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선경경제연구소는 22일 거래소에 상장된 12개 시중은행과 10개 지방은행의
작년결산을 분석한 결과 이들 상장은행들이 주식투자에서 1조6천4백억원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상장은행들의 이같은 주식운용수익은 전년도에 비해 무려 1백31.7%나 증가
한 수준이다.

특히 이들 은행들의 주식운용수익증가율은 20조4천8백원을 기록한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액)의 증가율인 29.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상장은행들의 주식운용수익이 폭증한 것은 은행고유계정으로 보유하
고 있는 주식규모가 63%나 증가하고 지난해 주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탄데 힘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말 현재 22개은행들이 고유계정으로 보유한 유가증권은 33조4천억원규
모로 93년말에 비해 34%가 증가한데 비해 주식보유규모는 7조9백억원으로 63
%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주식이 전체 보유유가증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2년의 17%에서
93년에 17.5%로, 다시 작년에는 21.2%로 확대됐다.

22개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총규모는 고유계정외에 신탁계정의 14조6
천억원을 포함, 21조7천억원어치로 전년대비 62.2%가 증가했다.

특히 총신탁자금은 29.8% 늘어난데 비해 주식규모는 61.8%가 증가해 은행들
이 늘어난 운용자금을 주식투자에 치중한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별로는 장기신용은행이 고유계정과 신탁계정을 합쳐 2조원으로 가장 많
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제일은행이 1조7천4백억원, 조흥은행 1조4천6백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10개 지방은행은 보유주식이 모두 1조7천9백억원에 그쳐 주식투자에
상당히 신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식투자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긴 은행은 2천8백억원을 번 조흥
은행이며 다음으로 제일은행과 한일은행이 각각 2천6백억원과 1천8백억원씩
의 주식매매차익을 챙겼다.

선경경제연구소의 박희연연구원은 은행들의 이같은 주식투자열기에 대해 "
주가변동에 따라 은행들의 영업성과가 크게 좌우되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전문화된 투자기법과 합리적인 포트폴리오구성이 요구되고 관계당
국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상장은행들의 매출이 지난해 큰 폭으로 늘어난데는 주식투자에서 벌어
들인 것외에도 이자율상승과 기업들의 시설투자를 위한 대출수요증가, 증자
에 따라 이자수익이 21.1%가 증가한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수수료수입과 신탁보수도 각각 27%와 53%가 증가, 은행들의 영업수
지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