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1일 우여곡절끝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으로 이탈리아의
전통상장관인 레나토 루지에로를 지지하기로 공식 결정하자 김철수통상대사
를 밀어온 아시아,아프리카,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WTO 지도부 구성과
관련한 한미간의 거래를 수용할 수 없다며 분노와 함께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키 캔터미무역대표는 이날 워싱턴에서 루지에로를 지지할 것이라는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한편 그의 임기는 4년으로 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며 루지에로 후보도 미국의 지지사실을 확인했다.

또 한국정부는 상공장관을 지낸 김대사가 사무총장 경쟁에서 사퇴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사무차장직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로 김대사를 지지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미간의
거래에 분노를 표시하면서 김대사에게 사무차장 자리를 주기 위해 현재
3명인 차장을 4명으로 늘리는데 반대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상황이 이같이 돌아가자 제네바의 많은 대사들은 본국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뒤 상황을 재검토하기 위해 22일중 비공식 모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대사는 "우리는 이번 거래를 서둘러 추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