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배제 지방선거법 개정을 둘러싸고 국회가 일대 난맥을
보여 국민을 실망시킨지 얼마안된 참에 또 한차례 풍파의 조짐이
엿보이니 걱정이다.

이번엔 단체장 후보의 후원회 구성을 허용,선거자금을 거둘수 있도록
선거자금법을 고치겠다는 발상이다.

민자당의 그런 방침 천명을 듣자마자 우선 떠오르는 것은 개정방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선거를 가까이 두고 변덕이 너무 잦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지방선거법을 모처럼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고 박수를 받은지 1년이
지나도록 무슨 생각을 하다가 선거일에 다가가면서 한번도 아닌
두차례씩 법개정을 하려는 태도는 얼른 납득하기 어렵다.

취지를 따져보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지방의원의 신분은 무보수 명예직이니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이
어울리지 않으나 단체장은 지역이 넓어 선거비용이 많이 드니 모금케
하자는 취지다.

어차피 소요되는 자금이니 정정당당히 걷고 쓰도록 양성화한다는
부연설명에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만사가 그렇듯 득이 있으면 실도 따르는 법이므로 실을 비교하지
않고 득만 탐해 결말을 서두르면 옳지 않다.

첫째 새 정부의 개혁의지에서 가장 돋보였던 항목이 바로 돈안드는
정치의 구현이었다.

그것은 말뿐이 아니라 입법에 반영되고 현실로도 나타났다.

92년 총선후 몇차례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돈 덜쓰는 경향이 눈에
띄었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지방선거가 불리하다고 지레 검을 먹고 그 아까운 업적을 스스로
훼손하려 함은 어리석은 일이다.

둘째 지자체의 장이 후원회원에게서 선거자금을 얻어쓰고 당선,취임하면
무엇으로든 보은을 하지 않고 배길수 있다고 보는가.

더구나 후원회원은 주로 지역 기업인일 텐데 막강한 행정권으로
토지사용등 이권을 주지 않을 보장이 없다.

실로 완전한 의미의 지자제 실시를 시기상조가 아닐까 우려하는
주인도 단체장 의원 유력자간의 조직적 부패를 겁내는데 있다.

후원회를 선거때만 허용한다고 하지만 그건 빈 말이다.

셋째 야당이 우려하는 후원회의 여당집중 가능성이다.

이미 시행중인 국회의원의 후원회 운영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지방선거법개정때 의원과 단체장 정당공천에는 부작용이
많다던 민자당의 주장과 이번 제의는 상충하는 논리다.

정부 여당이 최근 잇따라 보이고 있는 지방선거 비관증후는 한마디로
지나친 자괴라고 여겨진다.

더구나 만일 그렇게 믿는다면 그럴수록 당당치 못한 일을 피하는
것이 상지상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