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금리를 인하하면 엔화 급등세는 과연 멎을까.

다케무라 마사요시 일본 대장상이 27일 금리인하를 시사하고 나서자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속사정과 인하후의 파장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금리인하가 "비장의 히든카드"이기 때문이다.

다케무라 대장상은 27일 저녁 특별기자회견을 자청, 국내외의 경제정세
변화를 주시하면서 금융정책을 기동적.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필요할 경우엔 전후최저인 재할인율(1.75%)을 더 내릴 수도 있음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산케이신문 28일자에 따르면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다음주께 재할인율을
0.5-0.75% 낮추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본이 금리를 낮추면 엔화로 표시된 자산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진다.

따라서 엔화 급등세가 멎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대장상의 기자회견 내용이 알려진뒤 엔화는 89엔대로 밀렸다.

그러나 90엔대까지 떨어지진 않았으며 28일 도쿄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달러를 부양하고 엔화 재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다시 시장개입에 나서야
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과 독일이 금주중 달러 급락(엔.마르크 급등)을
막기 위해 금리협조에 나설 것이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고 있다.

28일 열리는 연준리(FRB) 공개시장위원회와 30일 열리는 분데스방크
이사회에서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외환투자자들은 미국과 독일이 금리조정을 거부하고 나면 달러가 다시
급락하고 엔.마르크가 급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일자동차회담이 최종시한인 31일까지 타결되지 않는 불운까지 겹칠
경우엔 엔화가 달러당 85엔대로 치솟는 "최악의 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우려 때문에 일본은 금리인하라는 "히든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외환시장이 불안해지자 일부 저명인사들은 선진국들의 협조체제 복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크 상테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9일 최근의 외환시장 불안이
선진국들의 방임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80년대와 같이 선진7개국(G7)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플라자협정(85년).루브르협정(87년)을 주도한 미국의 제임스 베이커
전재무장관은 27일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3개국(G3)이 외환시장을 안정
시키기 위해 재정.금융정책에서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3국이 미일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의지를 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단독의 금리인하는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독일이 동참하지 않는 금리조정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데다 금리
인하 이후에도 엔화가 떨어지지 않으면 투기꾼들의 공격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DEA의 수석연구원인 윈 틴은 일본의 금리인하 검토에 대해 "지금으로선
무리수를 두는게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무역흑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엔화강세는 문제로 남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금리인하가 일시적으로 효과를 내는 "단방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이 확실한 안정을 찾으려면 미일무역불균형이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1천2백12억달러, 미국의 무역적자는 1천5백
7억달러.

특히 미국의 대일적자는 6백억달러에 달한다.

미일무역불균형이 시정되려면 일본이 규제완화와 시장개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이 외환시장의 불안을 방임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요즘 미국의 움직임에서는 환율을 이용, 일본을 벼랑으로 몰아세움으로써
확실한 시장개방 약속을 받아내려 하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일본내에서도 규제완화.개방확대를 촉구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아직도 무역흑자를 줄이려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엔화급등으로 일본이 타격을 받더라도 그 책임은 상당부분 일본에 있는
셈이다.

독일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좌우간 금리조정은 외환시장의 확실한 안정을 위한 대책으로는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