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그룹이 최근 합병을 통해 거대공룡기업을 잇달아 만들어내고 있다.

미쓰비시은행과 동경은행의 합병은 미쓰비시그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거대화를 통한 "제일주의실현"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양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하게 되는 동경미쓰비시은행은 예금이나 총자산면
등에서 발군의 세계1위가 된다.

미쓰비시는 은행업계에서 "제일주의"를 실현키 위해 수년전부터 동경은행과
물밑협상을 벌여왔다.

동경은행은 미쓰비시은행에 비해 해외부문이 강할뿐아니라 메이지생명등
그룹사들이 10%를 훨씬 상회하는 지분을 보유, 협상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그룹은 이에앞서서도 대형합병을 잇달아 발표, 충격적인 뉴스를
제공해왔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미쓰비시화성과 미쓰비시유화를 미쓰비시화학이란
이름으로 한몸으로 만든 것.

미쓰비시화학은 일본내최대기업으로 등장한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수의
기업으로 일거에 뛰어올랐다.

또 다음달에는 태양동양산소라는 새로운 이름의 계열회사가 탄생한다.

이역시 업계제일기업을 지향해 별도의 계열회사이던 태양산소와 동양산소를
합친 것이다.

미쓰비시는 지난90년에도 미쓰비시금속과 미쓰비시광업시멘트을 합병해
미쓰비시머티어리얼이란 신회사를 탄생시켰었다.

이회사는 현재 비철금속부문에서 부동의 수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미쓰비시그룹이 최근 이처럼 합병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그룹의
자존심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일본최고의 기업이 되면 국제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다른 원인은 그룹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미쓰비시그룹의 사장단모임인 금요회모임에는 사장들의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다.

신참사장이라도 원로급 옆에 마음대로 앉을 수 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기 위해서는 업계 톱기업으로 올라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인 것이다.

미쓰비시그룹의 거대화전략은 최근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규모야말로 최대의 힘이라는 전통적 인식이 배경에 숨어있다.

그러나 업계일부에서는 거대화는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점을 들어
미쓰비시의 움직임을 의아해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 도쿄=이봉후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