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 사상 첫 사고로 기록될 뻔했던 "북한산소주"문제가 한 독지가의
배려로 무난히 해결됐다.

포항 시그너스호텔(회장 신의웅)은 30일 북한대동무역 중국자회사인 단동
금성공사가 수출한 북한산 "백두산들쑥소주" 10만병을 4천5백만원에 인수키
로 수입사인 코티리쿼사(사장 최병택)와 합의,28일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 술은 원래 코티리쿼측이 수입한 것이지만 금성공사가 보내온 물품이
당초 계약내용과 다르다는 이유로 인수를 거부,인천세관에 9개월간 묵혀있
었다.

인천세관은 통관규정을 들어 지난 23일 이를 1차 경매입찰에 붙였으나 입찰
참가자가 없어 유찰됐다.(한국경제신문사 3월17일자 2면 참조)

신문보도 내용을 보고 유찰사실을 안타깝게 여긴 신의웅회장은 한국경제신
문사에 전화를 걸어와 인수의사를 밝힌 뒤,단동공사와 코티리쿼사간 거래를
중개한 코리아랜드(대표 강영수)와의 접촉방법을 문의했다.

한국경제신문기자의 소개로 신회장은 코리아랜드와 인수방법을 논의했고
신회장은 인천세관측과도 세부 인수절차를 협의,일단 주류도매업 면허를 보
유한 코티리쿼사 명의로 이 술을 인수하고 대신 물품비 통관비용등 소요금
액 전액(4천5백만원)을 시그너스호텔이 부담키로 했다.

"남북교역 첫 사고"가 될 뻔한 북한소주건이 일단락된 셈이다.

신회장은 "그렇지 않아도 경화부족으로 사정이 어려운 북한이 다른곳도 아
닌 남한으로부터 수출대금을 못받는 다는 사실이 안타까왔다"며 "다소 부담
이 돼더라도 북한동포를 돕는다는 대국적 견지에서 우리가 사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회장은 "10만병에 달하는 북한소주를 판매용으로 모두 소화하기는 힘들
어 호텔내방객들을 위한 기념품으로 나눠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남한으부터 수출대금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접
해 들은 금성공사 대표(현재 북중합작회사인 전원무역상사 재직)는 29일 한
국경제신문에 "귀지의 보도로 수출대금을 무사히 받을 수 있게 됐다.기자선
생을 잊지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FAX로 보내왔다.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