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미국기업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미국기업인들의
친목단체이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한미무역현안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의회와
통상대표부 재무부같은 본국기관에 배포한다.

현재 이 단체의 대표가 워싱턴을 방문해 "한반도에 대한 무역투자상의
문제점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워싱턴당국에 돌린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미통상대표부(USTR)와 재무부가
작성하는 한국의 무역관행평가보고서,환율정책보고서들이 모두 주한미상공회
의소가 제공하는 보고서를 토대로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주한미상의보고서가 미국의 대한무역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고 할수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자신들이 만든 보고서의 위력에 고무된 탓인지
양국통상과 관련된 사소한 문제까지도 꼬치꼬치 나열해 본국정부에
보고하는 것 같다.

한 예로 이번에 배포된 보고서에는 OECD를 인용해 한국국세청의
세무관행에 시비를 거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들린다.

이 단체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면에는 본국의 힘을 빌려 사업상의
이득추구를 위해 한국정부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한미양국정부간에 쟁점현안으로 부각되고 협상결과타결된
많은 분야의 시장개방이 상당부분 주한미상의의 이니셔티브나 건의로
이루어진 사실을 우리는 모르지않는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에 소재한 미 기업과 기업인들의
모임이다.

여기에 소속된 회원기업들은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한다.

그런 그들이 한국의 법제도를 따르고 한국의 경제관행을 존중해야할
이유는 구차한 설명이 필요없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인들은 한편 이단체가 한미양국인사이의 유대관계를 돈독히하는데
기여해줄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지나치게 자신의 상업적 이익과 국익추구에만 충실한듯한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또 정부의 정책에대한 수위높은 의견은 때로 많은 사람들을 당혹케
한다.

이를테면 한국정부의 "세계화"지표가 단지 구호차원에 머물러있다느니
OECD가입에 많은 장애요소가 남아있다는 지적등이다.

주한미상공회의소가 미국식 잣대로 한국의 경제관행 경제제도를
저울질하려는한 한미간의 무역갈등은 끝없이 계속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때마침 대북경수로협상을 둘러싸고 남북한간은 물론 한미간에도
미묘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시기에 국내에 진출한 미기업의 북한진출지원
을 자국정부에 호소한 압력용 건의가 상의보고서에 들어있다는 소식도
별로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