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템테이션"은 동양의 영혼과 서양의 육체가 한몸을 이룬듯한
영화다.

인간심리의 내면을 그린 고요함과 방대한 스케일의 역동성이 함께
살아있다.

홍콩. 미국 합작영화답게 캐스팅도 초호화판이다.

"마지막 황제"에서 여주인공 제1왕비로 나왔던 조안첸이 공주와 자객의
1인2역을 맡아 과감한 섹스신과 삭발투혼을 보여준다.

또 "패왕별희"의 주연남우 장풍의와 대만의 경극배우출신 우신구가
장군역을 맡아 대결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것은 마카오출신의 젊은 여감독 클라라 로우의 놀라운
연출력이다.

한편의 짧은 시를 영상으로 옮긴 솜씨가 제인 캠피온이나 마르틴
드보그송등 다른 여성감독들보다 훨씬 힘있고 치밀하다.

무대는 중국 당나라초.제국의 왕자들이 왕위계승을 놓고 치열한 음모를
펼치는 가운데 혈육상잔의 현무문사건이 일어난다.

황태자의 호위를 맡고있던 시장군(우신구분)은 스칼렛공주(조안첸분)와
사랑하는 사이.

둘째왕자의 친위대장 후다장군(장풍의분)이 짜놓은 각본에 속아
황태자와 그가족이 몰살당하자 시장군은 자책끝에 부관들과 함께
머리를 깎고 출가한다.

스칼렛이 공주의 신분을 버리고 평민이 되어 찾아오자 그의 번뇌는
더욱 깊어지는데 후다측의 기습으로 스칼렛과 부하들마저 죽고만다.

방랑하던 그는 폐허가 된 산사에서 속세의 인연을 끊고 수도승의
길을 걷는다.

어느날 스칼렛을 닮은 미모의 여인이 찾아와 불교에 귀의하겠다며
머리를 깎고 그를 유혹한다.

그러나 그녀의 정체는 후다가 보낸 자객..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은 주도면밀하게 계산된 의상과 분장의
색감이다.

초반부의 황금색 의상은 중반으로 갈수록 어두워지면서 권력의 약화를
상징하고 마지막에는 암울한 색으로 변해 비극적인 상황을 암시한다.

동양적 신비와 여백의 미학, 할리우드의 흥행감각등이 조화를 이루며
극전체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1일 스카라/씨네하우스 개봉)

< 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