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신시장을 점령하라"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북한 통신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 유럽 한국
기업간의 3파전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북한통신시장에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미국의 AT&T.이 회
사는 오래전부터 통신시장 진출문제등을 협의키 위해 북한당국과 접촉을
시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AT&T는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나진.선봉지구의 통신현대화 작업
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통신 삼성그룹등 국내기업에 공동참여를 제안해 놓
은 상태다.

29일에는 미연방통신위(FCC)로부터 미북간 국제직통전화서비스 임시개통
허가를 받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이밖에 미MCI도 나진.선봉지대 위성통신망 구축을 북측에 제안했고 모
토롤라사도 북한당국과 물밑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미국기업은 지난 1월 취해진 미국의 1단계 대북경제제재완화조치를
발판삼아 본격적인 "침투계획"을 마련중이다.

이에 맞선 유럽팀 대표주자는 독일의 지멘스.지난 3월초 독일은 북한과
의 사이에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우리 외교당국을 놀라게 한적이 있
는데 협정체결의 뒤편에 지멘스가 있었다는 설이 돌고 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 통신시장을 노리고 있는 지멘스가 독일정
부에 상당한 로비를 하고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해 무역협정 체결이
독.북관계를 해빙시켜보려는 지멘스 전략의 일환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기업들이 선제공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업들
도 서서히 기지개를 키며 꿈틀거리고 있다.

북핵문제로 대북진출에 발목이 잡혀있지만 "이대로 앉아서 당할순 없다"
는 입장이다.

한국기업중에선 삼성그룹의 활동이 눈에 띈다.

삼성은 지난 1월 방북시 북한측과 전자공단 건립건과 함께 나진.선봉지구
의 통신문제를 깊숙히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삼성그룹비서실이 작성한 "그룹의 대북진출 기본계획"에도 삼성의
"야심"이 배어있다.

이 보고서엔 장기적으로 총 1조2천8백억원을 북한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
와있는데 삼성은 이중에서 3천8백억원을 교환기 이동전화 위성지구국등
통신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밖에 한화그룹 한국통신 데이콤등도 북한 통신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며
경수로문제 해결과 당국의 대규모투자 허용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세계통신업계의 글로벌파워들이 군침을 흘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
가 있다.

통신설비는 부품호환성이나 버전업등의 측면을 고려할 때 첫기종으로 선
택되느냐의 여부가 향후의 판세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때문이다.

한국과 미국,EU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선점우위"를
차지하기위한 것이다.

북한의 통신시장을 내주느냐,빼앗느냐.통일시대에 대비한 정부당국과 기
업들의 맹활약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