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스페이스가 빠른 속도로 뿌리를 내리려면 현재 진행되는 여러가지
시도가 복합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사이버스페이스시대를 앞당길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하는 상업화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특히 이같은 상업화의 기본은 사이버스페이스내 어디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전자 돈, 소위 사이버머니(Cyber money)가 만들어지고 완전
무결한 결제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자기축통화와 전자결제시스템은 사이버스페이스의 상업화를 꾀하는
컴퓨터전문가들의 골치를 썩이는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다.

전자 크레딧카드를 개발하고 이를 전자갱들로부터 보호하는 암호화작업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나 이의 통용과정에서 개인의 비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 이를 막는 장치마련이 힘든 탓이다.

단순하게 전자메일등을 통해 전자 돈을 주고 받을 경우, 해커등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안전하게 결제를 할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여러 기업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 덕분에 몇가지 현실적인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으로는 미국의 퍼스트 버츄얼 홀딩스사, 네덜란드의
디지캐시사가 고안해 실험중인 E-캐시 방식을 들수 있다.

E-캐시는 현재 미국등지의 개인소비자가 수표를 발행하는 체계와 비슷
하지만 익명성 보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E-캐시를 사용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은행에서 현지 화폐를 지불하고 그에
맞먹는 전자화폐를 구입하면 된다.

이 전자 돈은 암호화된 숫자군 형태인데 이 돈을 사면 해당 은행의 중앙
컴퓨터가 전자돈을 산사람의 개인용컴퓨터(PC)에 구입한 액수만큼 구매력을
부여한다.

하지만 진짜 은행의 구좌에서 현금이 빠져 나간 뒤에는 해커는 물론 정부
기관, 심지어는 전자돈을 바꿔준 은행들조차도 전자돈의 주인을 추적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전자돈을 쓰는 경우에 은행들은 전자돈의 숫자가
"부도"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을 확인하게 될 뿐이며 이를 발행한 사람의
신원까지 조회할 수는 없다.

또 전자돈으로 물건을 구입해도 이 돈은 바로 상인들의 구좌로 이체,
추적할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린다.

두번째 방식으로는 미카네기 멜론대 인포메이션 네트워킹 인스티튜트(INI)
가 추진하는 네트빌(NetBill)로 이는 제3의 금융기관을 매개로 대금을 결제
하는 것이다.

이 방식에서는 고객과 상인측 모두가 제3의 금융기관과 거래관계를 맺은
뒤 고객이 물건을 사면 그의 PC가 물품대금을 상인의 컴퓨터로 입금시키라고
중개기관에 통보,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세번째는 미서던 캘리포니아대 방식으로 두가지 형태를 결합한 모델로
익명성을 원하는 사람은 E-캐시형태의 돈을 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네트빌형태의 전자돈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전자 결제시스템에서 쓰일 전자 돈의 경우, 디지캐시사가 제안한 방식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도 사이버스페이스의 기축통화로 자리잡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
이다.

은행들이나 크레딧카드업체등이 익명성이 강한 사이버머니의 통용을 반기지
않는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E-캐시 같은 돈이 기축통화로 쓰이게 되면 거래정보를 장악할
수 없게 돼 종래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힘들어지는 탓이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기축통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사이버스페이스시대의 금융분야의 주도권을 넘겨줘야만 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어 익명성이 보장되는 돈이 통용되지 않도록 특히 견제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서도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결제시스템이 뒤섞여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선호도등에 따라 통용되는 결제시스템의 종류가 달라질 것이다.

(김현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