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과 은행감독원은 지난 6일 거액 여신총액한도제의 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여신관리제도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가 오는 6월부터 시행되면 산업은행을 제외한 모든 국내은행들은
자기자본의 15%가 넘는 거액여신의 합계가 자기자본의 5배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거액여신한도제의 첫번째 의의는 현재의 편중여신관리제도를 보완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는데 있다.

현재의 편중여신관리제도중 동일인 여신한도제는 개인 또는 법인 단위로
관리되므로 기업집단을 이루는 계열사들을 한꺼번에 관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바스켓관리제는 경제력집중의 억제에 치중한 나머지 관리대상이
5대및 30대 기업집단에 한정된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거액여신한도제는 비록 30대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더라도
은행돈을 많이 쓰는 모든 기업을 관리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여신위험의
분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음으로 거액여신한도제의 도입은 금융시장의 개방및 자율화와
함께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의 국제경쟁력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소수의 우량대기업에 대한 편중여신이 해소되는만큼 건실한 다른
고객들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자본이 많을수록 경영상 운신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은행들간에 증자나 합병등을 통한 대형화 움직임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거액여신한도제의 의의를 든다면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의
무게중심이 지금까지의 직접규제에서 상호출자나 은행여신의 제한을
통한 간접규제로 옮겨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내용이 복잡해질수록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는
비효율적이 되기 쉽다.

규제를 하는 정부 또는 금융기관과 규제를 받는 기업사이에 규제대상인
기업활동에 관한 정보수집및 분석면에서 비대칭성(asymmetric information)
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10일부터 발효되는 10대 대기업집단에 대한 투자규제의 전면폐지가
거액여신한도제의 도입과 함께 발표된 사실이 이같은 추세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거액여신한도제가 당초의 기대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몇가지
점에서 보완및 주의가 필요하다.

첫째는 다양한 기업자금조달경로가 육성.개방되어야 한다.

호경기인 지금은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좋으나 불경기때의 자금난에
대비하여 주식 채권발행을 통한 직접금융시장의 육성및 해외차입의
개방확대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국내 금융기관들은 가계대출등 소매금융을 강화하는 한편
건실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하여 금융중개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위주로 담보를 잡고 편하게 장사하던 안일한
자세를 버리고 심사 분석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정책당국은 이번 기업투자규제의 철폐조치가 기왕의 업종전문화
정책 등과 상충되지 않는지를 잘 살펴 기업활동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