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주 동포들에게 2중국적취득을 선별적으로 인정해주는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난2월 이 문제를 처음 공식거론했던 통상산업부가 최근 관계부처들과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통산부는 해외의 한국계 고급두뇌를 유치하려면 2중국적 허용이라는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입법추진중인 기업세계화지원법에
관련조항을 삽입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무부 재정경제원 외무부등 다른 관계부처들은 2중국적
허용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세계화에 필요한 우수인력을 유치해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통산부의 취지와 의욕은 일단 평가받을 만하다.

각계에서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기업들의 세계화수준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단적으로 국민총생산(GNP)대비 해외생산비중을 보면 미국이 26.5%,일본이
6.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6%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 나서서 기업의 세계화를 지원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급두뇌의 유치및 활용방안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500만 해외동포 중에는 각계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사학위
소지자와 법률가등 고급인력이 많아 이들을 활용하면 국내기업의
기술력제고와 통상마찰등에 큰 힘이 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아쉽다고 하여 통산부가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되는
2중국적 허용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다루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2중국적"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곱지 않은게
사실이다.

관계당국이 파악하고 있기로는 실제로 국내에는 1만여명의 사실상
2중국적자가 있다.

이들중 상당수는 납세 병역등 한국국민으로서의 의무는 회피하면서
권리만 챙기는 이기적 이유때문에 2중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쟁위험에 대비하거나 불법적인 일에 이용하기 위해 2중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선의의 피해자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2중인격"의
2중국적자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때에 세계화를 구실로 2중국적을 허용할 경우 두뇌유치보다는
국내의 2중국적자들에 대해 면죄부만 주게되는 셈이라는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고급두뇌가 한국을 기피하는 것은 꼭 국적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한국에 들어오려는 고급두뇌들에게 국적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질적으로 국적과 효력이 맞먹는 영주권허용등의 대안이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해외의 우리기업들이 고급두뇌들을 현지채용할 경우 국적은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문제는 고급두뇌에 대한 한국의 관리능력부족과 열악한 자녀
교육환경 등에 있다.

고급두뇌유치를 위해 우리정부가 지금당장 해야할 일은 민족적
상징성이 큰 국적문제를 건드리기 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유치절차를
간소화하고 어렵사리 유치한 해외 고급인력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