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유학생과 여행객들은 엔고등살에 울상을 짓고
일제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뛰는 값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그러나 엔화로 봉급을 타는 일본내 국내 상사주재원들은 현지 물가의 하락
과 지역수당 주택임차수당의 인상으로 일본의 "엔고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일부 일제전자제품의 값은 벌써 올랐다.

상인들은 엔고를 핑게삼아 녹음기와 TV 비디오등의 전자제품값을 5-10%씩
올려받고 있다.

심지어 미국이나 동남아에서 만들어진 일제전자제품의 값까지 인상할 채비
를 하고 있다.

무협의 유인열조사부장은 "원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가 1-2% 변화할때는
몰라도 10% 수준 이상일때는 제품값을 인상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일제 수입상품외에 일본 유학생과 여행객들에게도 엔고 "먹구름"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지난해말 1백엔당 7백90원68전하던 엔화가치가 1백여일이 지난 요즘
9백원대까지 치솟자 유학생과 여행객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일본유학을 준비하던 대학생들은 일본 대신에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갈 움직임이어서 엔고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한일간의 학문교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서적의 국내 시판가격도 금명간 오를 것이라는게 서적상들의 예상이다.

엔고는 애연가의 호주머니까지 파고들고 있다.

현재 한갑에 1천원인 일제 마일드쎄븐(담배)은 유통과정에서 엔고부담
요인을 흡수하지 않는한 값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2-3일씩의 일본단기체류자와 삿뽀로 동경등지의 관광객도 줄었다.

관광객들이 즐겨찾던 일제전자제품전문상가인 아키하바라에는 한국인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여행사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에반해 엔화가치의 가파른 상승으로 일본이 해외근무희망자의 선호지역
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종합무역상사와 금융기관 전자제품수출업체에는 일본근무희망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엔고의 위력은 지난해초까지 해외근무희망자들의 "기피지역"이었던 일본을
일순간 "선호지역"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일본의 물가가 하락국면에 들어섰고 국내 기업들이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근무자를 위한 수당인상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 그 이유이다.

또 1백엔당 9백원선으로 원화가치가 변하면서 일본근무기간동안 엔화로
받은 월급여와 지역수당 주택임차수당중의 일부를 아낄 경우 귀국할때
"한밑천"을 잡을수 있다는 분위기가 해외근무희망자들 사이에 퍼진데 따른
것.

때문에 기업들이 일본지사 근무희망자를 모집하면 2-3대1의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예컨데 대우전자는 지금까지 물가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을 해외근무지중
"B급지"로 분류해 왔으나 "A급지"로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상반기중 도쿄에 세울 서비스전담법인에 필요한 근무요원 10명 모집에
20여명이 지원했기 때문.

현재 삼성물산과 (주)대우 현대종합무역상사 LG상사등 종합상사들은 일본
근무자의 봉급을 엔화로 주고 있다.

과장급의 월수령액은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급료 20만엔과
지역수당 40만엔, 주택임차수당 20만엔등 80만엔 수준이다.

수당부분은 지난해초보다 20-30%가량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최대의 유통업체인 다이에슈퍼마켓을 포함한 대부분
일본유통업체들은 엔고로 수입단가인하요인이 발생하자 시중 판매가를 인하
하고 있다.

일본주재원들이 이중의 득을 얻을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것이다.

엔고현상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일본에서 3년정도 근무하면 급료 수당등을
포함해 적게는 2천만-3천만원, 많게는 8천만-1억원의 몫돈을 만질수 있을
것으로 일본근무경험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반면 달러화로 봉급을 받는 대한무역진흥공사등 정부투자출연기관 소속의
일본근무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임금이 10%씩 깎이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김영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