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차세대 영상기록매체인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국제
표준 규격 제정과 관련, 일본 도시바사 진영에 참여키로 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삼성은 도시바가 제안한 양면 사용 방식을 DVD 기본 원리로 채택키로
하고 관련 광픽업 및 반도체 공동 개발 문제를 도시바측과 협의중이라
고 밝혔다.

이 회사는 도시바 규격이 소니 진영의 단면 사용 방식보다 화질과
음질면에서 우수하고 경제성이 낫다고 판단, 도시바그룹에 참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DVD 표준 규격 제정 문제는 도시바와 소니가 제시한 두 방식을 놓고
세계 전자업계간의 파워게임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은 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개발 시기를 앞당긴다는 계획이어서
빠르면 내년 상반기중 상용제품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DVD 국제표준제정과 관련해 도시바진영에 참여키로 한
것은 영상사업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영상소프트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도시바그룹에 합류해
기술교환이나 사업진출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멀티미디어의
핵심인 영상소프트웨어 분야 사업진출을 위해 미국 헐리우드의 지원을
받고 있는 도시바방식을 채용하는 것이 불가피했다"(삼성전자 기술총괄
서성규과장)는 설명이다.

또 이번 결정에는 국제 표준화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향후
기득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이 도시바그룹과 DVD용 광픽업기술및 반도체를 공동개발키로
협의하고 있는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국제 표준화작업체 참여할 바에 주도적으로 나서 향후 기득권을
얻겠다는 생각이다.

도시바와 소니의 사활을 건 싸움은 최근 도시바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당초 소니계열의 우군으로 알려졌던 세계 PC업체들이 공식입장발표를
자꾸 미루고 있는데서 이같은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소니가 최근 도시바에 협상을 제의하는 등 한발 물러설 기미를 보이는
것도 대세의 흐름을 알려주는 예다.

이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 입장표명을 미룰 경우 향후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에 따라 삼성이 도시바쪽 참여로 결정했다는
얘기다.

삼성의 이번 선택는 LG 대우 현대등 다른 종합전자업체들의 "결단"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들은 빠른 시일안에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아래 최종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현대는 최근 개발한 동화상전송용 첨단 반도체인 MPEG2칩을 이용해
양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칩을 제공하는 대신 이 분야 로얄티및 기술이전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측에 가담하겠다는 것. 하지만 선택의 시기는 대세에 따라
빨라질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용 소프트웨어를 생각하면 도시바측에 가담해야 하지만 컴퓨터
사업을 위해서는 소니쪽이 유리하다"(LG전자 임승훈전자기술기획팀장).

"이론적으로는 기술적 차이가 명백하게 나와있지만 대량생산에서는
어느쪽이 경제성을 갖을지 검토된 바가 없다"(현대전자 뉴미디어실
이성희이사).

"회사 전체의 사업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대우전자 DVD개발부 김준동부장).

게다가 도시바와 소니라는 무시할 수 없는 기술협력선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결국 국내업체의 도시바냐 소니냐의 선택은 자체적인 의사보다는
흐름에 따라가는 방향으로 결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