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 국가의 경제는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무시하고 운영될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통합 환율변동 무역전쟁과 같은 말들은 더이상 경제학교과서의 한
구석에 가려있는 용어가 아니다.

컴퓨터의 발달에 의한 세계적 통신망의 구축은 국가간의 경제적 작용
반작용을 즉각적인 것으로 만들어 경제에서의 국제관계의 중요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 국가가 고립적인 경기확대정책을 취할 경우 그 효과가
국제적으로 전파되어 오히려 자국의 경제에 좋지않은 영향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경기확대를 위해 통화팽창정책을 취하는 경우를 예로들어
보자.

국내통화량의 증가는 국내금리를 떨어뜨리고 금리하락은 민간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국민소득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금리가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통화에 대한 수요가 즐어들고 원화의
가치가 떨어진다.

원화환율의 상승(원화가치의 하락)은 국내재화의 대외수출을 촉진시키는
반면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억제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국제수지를 개선
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외국의 수출은 감소하게 되고 이는 그 나라의 국민소득을 감소시킴
으로써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우리나라의 수출)을 줄일수 밖에 없는 상황을
결과한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결과가 환율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기 때문에 외국의
입장에서도 자국 통화의 절하를 유도하게 되고 이는 환율인상경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국내 경기의 진작을 위해 취한 정부의 정책이 외국의 경기후퇴를
초래함으로써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 이를 인근궁핍화(beggar-thy
neighbor)정책이라고 한다.

인근궁핍화의 논리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정책적 차원에서의 국제간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쳐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협력과 공조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한 나라가 필요에 따른 적절한 거시경제정책을
독립적으로 시행하지 못하게 될것이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따른다.

작금의 환율변동을 보더라도 이같은 협력과 공조보다는 오히려 강자의
논리가 더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