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자당이 지난 10일 열린 내무당정회의에서 지방재정확충을
구실로 오는 7월1일부터 연간 1,000억원 규모의 즉석식 지방자치복권을
발행키로 했다는 소식은 아무래도 개운치 않다.

내무부는 지난 91년에 실시된 기초및 광역지자체의회의원선거열기를
틈타 지방재정법을 개정,이 복권발행을 추진했었으나 문민정부출범뒤인
93년 여름 국가경제가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는 분위기를
해치고 자칫 사행심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전면
보류한바 있다.

그런데 4대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와서 기어이 발행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이다.

우리는 이미 복권홍수에 묻혀 있다.

멀리 69년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주택복권을 빼고는 모두 90년대에
들어와서 생긴것들로서 체육복권 기술복권 근로복지복권이 있고
엑스포복권은 93년말로 발매가 중단됐다.

그런 터에 앞으로 발행이 계획되어 있거나 거론중인 복권으로 현안의
자치복권외에도 중소기업진흥복권 불우이웃돕기복권 관광복권 환경복권
문예복권등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이다.

어느 복권이든 한결같이 그럴싸한 명분으로 발행필요성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 모두 관계부처의 지원을 업고 있다.

부처이기주의는 복권발행에서까지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부작용과 폐해에도 눈을 돌려 분명한 선을 그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행심조장 문제 말고도 무직자 혹은 저소득계층이 주요고객인 점과
판매율이 갈수록 떨어져 강제소화 우려에다 비용은 늘고 수익은
감소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백보를 양보해서 다른 것은 일단 덮어 두더고라도 지방정부가 주체가
되어 1년에 300억원 벌자고 700억원을 발매비용과 당첨금으로 쓰는
판을 벌이는 것은 옳지않다.

지방재정문제는 보다 떳떳하고 근원적인 방법으로 풀어가야 한다.

정부.여당은 좀더 진지한 연구와 문제해결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