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종현장기신용은행장이 13일 구속되는등 8명의 금융계인사가 사법처리됨에
따라 금융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사정당국이 현재 제일은행과 서울신탁은행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돼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번 사태가 덕산그룹부도사건의
마무리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계사정의 시작이 아니냐는데 있다.

지난 93년 2월 김영삼정부가 들어선 이후 은행장급으로는 봉행장을
포함,모두 13명이 옷을 벗었다.

그러나 대부분 행장에서 물러나는데 그쳤다.

재임중 즉각 구속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93년 5월의 안영모동화은행장에
이어 두번째이다.

올들어서도 조성춘 전대동은행장이 경영부실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고 제성그룹에 대한 대출커미션이 문제가 됐던 정승재 전전북은행장도
옷을 벗는데 그쳤다.

게다가 이번에는 은행뿐만 아니라 투금 종금등 제2금융권과 증권사등
금융계 전체로 사법처리대상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업부도사건의
처리로만은 보기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금융가에선 또 최근 은행감독원에서 제일은행과 서울신탁은행에
대해 특별검사를 벌인 것도 지난해 11월 부도난 효산그룹에 대한
편법대출여부에 대한 것으로 알려져 제2의 덕산파문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이 경우 제2,제3의 봉행장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덕산과 효산그룹부도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호남지역을 배경으로 성장한 덕산과 효산이 그동안 금융기관대출금중
일부를 야권쪽에 제공했기 때문에 오는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이에 차단하기위해 금융계사정 나섰다는 얘기다.

"제일은행과 서울신탁은행에 대한 은감원의 특별검사가 은감원 자체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정당국의 수사협조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은감원관계자의 얘기도 이를 시사해준다.

그러나 사정당국에선 이같은 기획사정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파문이 컸던 덕산그룹부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봉행장등이 돈을
받고 대출을 해준것으로 드러나 사법처리한 것일뿐 특별한 배경은
없다는 것이다.

이와관련,김용진은행감독원장도 "봉행장구속은 부당대출이외 다른
의미가 전혀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조용한 금융가를 애써 어수선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도 이날 수사를 발표하면서 "봉행장 구속은 단지 덕산수사과정에서
불거져나온 것일 뿐 금융권전반에 대한 수사는 아니다"며 "오히려
커미션을 수백만원대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입건조차 하지않는등
금융권의 위축방지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쑤시면 안나오는게 없다"는 금융계 생리상 한번 움츠러
들었던 분위기가 살아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