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14일 대이라크 원유금수 부분 해제조치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제 원유시장에 하루 60만~80만배럴 가량의 원유가
추가로 공급될 것이란 예상이 나돌면서 며칠전 배럴당 20달러 선에
육박했던 국제시세가 18달러대로 하락하는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엔은 지난 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제재조치의
일환으로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한바 있다.

이런저런 꼬리가 붙은 유엔의 부분해제 결의를 이라크가 과연 받아들일는지
는 아직 미지수다.

거부하면 원점으로 돌아가지만 받아들이면 약 1개월후부터 수출이
개시되고 또 잘만 되면 6개월이후 물량확대 또는 전면 해제도 가능할지
모른다.

어쨌건 우리가 여기서 새겨봐야 할 일은 최근의 세계 석유시장동향과
우리 자신의 상황이다.

한마디로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점 때문에 국가경제의 장기적 관점에서 기름을 최대한
덜 쓰고 절약하는 노력을 산업활동과 일상생활등 모든 분야에서
더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비상을 걸고 허둥대는 소동을 벌이기 이전에,여유가
있을 때 잘못된걸 바로 잡자는 뜻이다.

세계 원유시장은 지금 냉전종식 이후 새로이 참여한 러시아의 공급분을
합쳐 하루 6,300만배럴 안팎에서 균형을 이룬 가운데 가격도 장기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00만배럴의 수급변동에도 균형과 안정은 쉽게 깨지는게
이 시장의 특성이다.

이라크원유의 부분 수출허용이 주목을 끄는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국제유가의 안정은 우리 경제에 이만저만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우리가 얻고 있는 이득은 엄청나다.

문제는 아무도 그 점을 외면한채 흥청망청 쓰고 있는 현실이다.

작년에 우리는 도합 5억7,3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고 여기에
지불한 돈은 운임을 합쳐 89억달러였다.

양은 2.2% 늘었지만 평균 도입단가가 내려 지불금액은 4.2%가 되레
줄어들었다.

값이 싸졌기 망정이지 과거 비쌀 때 같았으면 우리 경제의 기둥뿌리가
흔들릴 지경임을 정책당국이나 일반 국민들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봐야할 일이다.

우리의 원유도입 단가는 1차파동 전해인 지난 72년 배럴당 2.38달러에서
파동 이듬해인 74년 9.80달러로 뛴데 이어 2차파동 이후인 81년
35.58달러로 피크를 기록한바 있는데 그 해의 도입량은 지난해의
3분의1 규모가 채 안되는 1억8,281만배럴에 불과했었다.

81년 시세대로라면 우리는 작년에 200억달러 이상을 원유도입에
써야 했을 판이었다.

달러화에 대한 최근의 원화가치 절상으로 우리는 지금 일본만큼
크진 못해도 원유도입 가격에서 다시 얼마간의 득을 보고 있다.

절약의식이 더욱 무뎌질 요인이 추가된 셈이다.

작년에 다소 주춤했던 원유도입량은 올들어 처음 2개월동안에 작년
동기보다 16%가 늘어난 1억2,750만배럴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한해 도입량이 7억6,500만배럴에 이를거라는
계산이다.

유엔의 이번 이라크 원유수출 허용은 따라서 우리로서는 원유문제의
장래에 대한 경고로,절약의 필요성을 새삼 환기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