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산 자몽에 대한 통관 지연을 이유로 우리나라를 세계무역기구
(WTO)에 제소하는 절차를 개시한데 이어 또 다시 오렌지 통관문제를 들고
나오는 등 한미 간 무역마찰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홍재형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에게 긴급
전문을 보내 미국 루빈 재무장관과 만나 한미 간 통상현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도록 했다.

15일 재정경제원과 외무부,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미국측은 이날 미국
워싱턴에 파견 중인 심한섭 보건복지부 식품국장 등을 통해 "지난 3월18일
이후 세차례에 걸쳐 수출된 미국산 오렌지가 한국에서 썩고 있다"며 "즉각
통관시키지 않으면 양국 통상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원 관계자는 "수입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 검역제도 개선을 위해
지난 13일 출국한 정부 합동실무대표단으로부터 오늘 아침 이같은 내용의
긴급 전화연락만 받았다"며 "자세한 내용은 전문이 들어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인도네시아에 있는 홍 부총리에게 긴급 전문을 보내
미국 재무장관과 별도로 만나 오렌지와 자몽 통관문제 등 양국간 통상현안에
대해 미국측의 이해를 구하도록 요청했다.

홍 부총리는 이에 따라 루빈 미 재무장관에게 면담을 제안했으며 양국
재무장관은 이날 오후 5시15분 한국에 대한 미국의 WTO 제소 문제 등 최근
양국간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