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의 파장이 방송프로그램에까지 번져가고 있다.

미국 NBC TV와 일본 도쿄(동경)TV가 30억엔의 예산으로 공동제작을
추진하던 TV드라마 <개국>이 엔고의 파도에 좌초하고 만 것이다.

근착 도쿄신문에 따르면 NBC는 TV도쿄와 지난해 4월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했으나 엔화의 수직상승으로 비용부담이 갑자기 증가하자 지난
3월 촬영 개시 5일만에제작 중단을 선언하고 제작진을 철수시켰다.

NBC는 도쿄TV와 엔화베이스로 지불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엔가격은
1달러에 1백13엔대였으나 제작에 돌입하자 20%가 오른 90엔대까지
엔화가치가 치솟아 포기를 결정했다.

게다가 고베 대지진으로 교통망이 부분적으로 파괴되는 바람에 수송비
부담이 늘어난 것도 작용했다.

도쿄TV는 아직도 이 드라마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촬영 재개
교섭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엔화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15일 현재 1달러당 83.6엔) 스태프와 출연자들의 스케줄을
다시 조정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촬영 재개 가능성은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소식.

도쿄TV의 구라마스 제작담당 상무는 "첫 해외제작이었는데 실망이 크다"
면서 "NBC로서는 계약 이후의 엔고현상 가능성을 고려해당연히 위험부담을
각오해야 하는 만큼 일방적으로 제작중단을 통보한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크라벨 원작의 <개국>은 1862년을 배경으로 일본내 유럽인
거주지역에서의 영국인 젊은이와 프랑스 처녀의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

NBC로서는 1980년 인기를모았던 크라벨 원작의 <장군> 이후 두번째의
성공을 노렸던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