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엔화폭등에서 파생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우리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는 일본기업의 한국 유치를 중심으로
한.일 산업협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지난 80년대 후반 이후 계속돼온 엔고때마다 일본기업들은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이른바 "해외탈출"에 가속을 해왔지만 우리는 이런
일본기업들을 유치하는데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국제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동남아 각국의 제품들이
대개 일본의 해외 직접투자기업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번에도 일본기업들은 혹심한 엔고를 극복하기 위해 부품및 제품들의
해외생산을 적극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생산 거점기지로 한국을 주목하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예로 일본경제신문이 최근 250개 일본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외생산 추진계획을 조사한 결과 한국을 중요한 생산기지로 생각하고
있는 회사는 전체 응답기업의 5%에 불과했다고 한다.

해외생산 거점으로 주목받은 중국(48.7%) 태국(33.6%) 말레이시아(16%)등은
물론이고 임금수준 등의 여건에서 우리보다 나을 것이 없는 대만(11.8%)보
다도 훨씬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일본기업들이 대한투자를 꺼리는 데는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편견이나 기술이전에 따른 부메랑효과 우려등이 적지않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80년대 중반이후 나타난 노사분규 임금급등등
투자환경악화와 제도상의 미비점 등이 일본기업 유치 실패의 보다
직접적 요인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더 밑바닥에는 우리 국민의 의식구조 근로자세 등도 일본기업의
한국진출을 가로막는 부정적 요인으로 깔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본기업이 대한투자를 꺼린다 해서 우리 역시 감정을 앞세워 이에
대응한다면 금세기 마지막 기회라고까지 표현되는 엔고의 호기를
제대로 살릴수 없다.

우리가 늘상 일본에 요구해온 기술이전은 물론 핵심부품과 설비
등의 대일 의존축소를 위해서도 일본기업을 끌어 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할 때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노사협력과 임금안정은 물론
생산성향상 등을 통해 생산요소의 비용을 낮추는 일이 중요하다.

국내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일본업체와의 전략적 협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제도와 시장질서를 국제수준에 맞게 정비하는 일이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

이제 국내기업용 제도및 관행과 외국기업용 제도및 관행이 따로
있을 수가 없는 시대이다.

세제 금융 공장부지조성 등의 분야에 있어 대한 투자유인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새삼 강조할 것도 없이 외국인 투자유치는 우리경제의 경쟁력강화와
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일본기업의 유치는 우리가 외국인 투자유치의 제일 큰 효과로
기대하는 첨단기술획득을 위해 소홀히 해서는 안될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