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BM과 디지털이퀴프먼트사(DEC)간에 회사 장래를 "담보"한 설전이
붙었다.

컴퓨터 성능의 우열과 관련된 이번 공방전에서 지게 되면 두 회사 모두
앞으로의 영업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돼 귀추가 주목된다.

사건의 발단은 DEC가 지난 10일께 신형 알파칩을 사용한 서버 컴퓨터제품을
내놓으면서부터.알파칩은 DEC사가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정보처리속도
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DEC는 이 칩을 쓴 컴퓨터제품을 내놓으면서 IBM을 자극하는 말을 거침없이
뱉아버린 것이다.

또 DEC와 함께 새 서버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오라클사의 래리 엘리슨
사장도 가세, 제품 시험에 참여한 자사 고객들이 DEC서버가 IBM의 최고
성능 메인프레임 컴퓨터보다 가격은 10분의 1에 불과하면서 성능은 18배나
뛰어난 것으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DEC의 새 서버가 IBM의 메인프레임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시장조사기관에서도 이런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애버딘그룹의 톰 윌모트부사장은 "64비트짜리 알파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컴퓨터기술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고 평가하고 "이로 인해 DEC는 경쟁
업체들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IBM측이 발끈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DEC가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테스트방식을
쓰지 않은 것은 물론 성능테스트기관에 시제품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DEC의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고 일축한다.

IBM은 곧 신문등 매스컴을 통해 DEC주장의 허구성을 알리는 광고를 게재,
반격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는등 중대형 컴퓨터분야 두 라이벌간의 설전은
이제 본격적인 육박전으로 번질 듯한 조짐이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