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돌풍이 달러당 80엔선마저 무너뜨렸다.

지난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개장직후 엔화가 달러당 79.75엔을
기록함으로써 불과 한달여만에 달러당 90엔대에서 80엔대를 지나
70엔대로 폭등했다.

또 다시 엔고비상이 걸린 직접적인 까닭으로 두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지난 14일 일본정부가 발표한 엔고대책이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데다 실효성마저 의심스러워 외환시장의 불안을 확실하게 잠재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는 지난 17일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에서 있었던 미.일 재무장관회담
이 달러가치의 방어를 위한 두나라의 합의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외환시장의 상황이 유동적인 데다 직접 이해당사자의
한쪽인 미국이 일본의 엔고대책에 불만을 표시하자 사태진전을 예의주시하던
외환 딜러들은 이를 달러매각및 엔화매입의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다.

당장의 문제는 엔고사태가 어디까지 갈것이냐,그리고 우리경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엔고사태는 평가절상의 속도가 매우 빠르며
이해 당사자들이 긴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85년 플라자합의
이후의 엔고때와 다르다.

당시에는 일본의 지속적인 대규모 무역수지흑자를 줄이기 위해
엔화 절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요 선진국들의 합의가 있었다.

그리고 엔고에도 불구하고 월등한 국제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은
영업수지를 맞출 자신과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같은 합의도 없이 언제까지 얼마만큼 무역수지를
줄이겠다는 확실한 약속이 없으면 미국은 엔고사태의 진정을 위해
협력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수치목표 요구는 주권침해이며 더 이상의 엔고사태는
수출위주의 일본산업을 해치고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조만간 수치목표를 제시하고 미국과 타협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이 국제분업체제가 바뀌고 세계경제의 주도권이 이동하는 과도기이지만
엔이나 마르크가 달러대신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다.

원자재수급및 다른나라 제품의 시장으로서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수록 사태가 악화되기 쉽기 때문에 조만간 미.일합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우리경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엔고는 이미 예상돼왔고 나름대로 대응책을 모색해온 터이지만 예상을
초월한 엔고행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금 당장은 수출입대금 결제에서 달러결제의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국제무역에 필요한 일정금액의 달러보유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보유외화의 구성비에서 엔과 마르크의 비중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여야 할 필요는 있다.

또한 선물환거래를 통해 중립적인 환포지션을 유지함으로써 경상거래에
따르는 환차손을 방지해야 한다.

다만 환차손방지에서 벗어나 투기적인 환차익을 얻고자 해서는 안된다.

또한 일본기업의 엔화결제 확대요구에는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