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은행의 의무태만으로 고객이 부도를 냈다면 은행은 위자료는 물론
부도에 따른 재산상의 피해까지 배생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1부(재판장 홍일표부장판사)는 19일 당좌대월거래를 개설한
은행측의 비협조로 부도를 낸 박용원씨(경남 진주시 가좌동)가 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은행측은 부도에 따른
재산상의 피해 4천1백여만원을 포함, 모두 5천1백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고객의 부도를 막기 위해 은행측이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멘트 대리점을 경영하는 원고 박씨가 1차부도가
발생한 다음날 당좌거래 정지처분을 당하는 2차부도를 막기위해 1천9백만원
의 변제금을 마련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피고 은행은 이 돈을 부도
를 저지하는데 쓰지 않고 박씨가 이 은행에서 신용대출한 대부금을 갚도록
상계처리한 만큼 은행측은 의무태만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은행은 당좌계정약정상 고객의 부도 저지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며 "만약 은행이 이같은 의무를 소홀히 해 고객이 부도가 났다면
은행은 위자금은 물론 부도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