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9) 제2부 진사은과 가우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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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과 그 아내는 밤새도록 곽계와 영련을 기다렸으나 돌아오지 않자,
다음날 아침부터 사람들을 풀어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하며 영련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곽계도 영련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사람들은 곽계가 영련을 다른 곳에 팔아먹기 위해 데리고 도망간 것으로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
늘그막에 낳은 무남독녀 외딸을 잃어버린 사은과 그 아내의 슬픔은
형언할 길이 없었다.
대문께에서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영련이 오는가 하고 달려가 보기
일쑤였다.
꿈에도 영련이 종종 나타났는데, 사은이 하루는 영련이 강물에 둥둥
떠내려가다가 악어들에게 잡아먹히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필시 무슨 변고를 당한게 틀림없어.사은은 영련이 걱정으로 식음을
전폐하디시피 하다가 병을 얻어 자리에 눕고 말았다.
그 아내 봉씨도 사은을 얼마간 간호하다가 자신도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두 주인이 병석에 눕게 되자 집안은 침통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런 중에도 몸종 교행은 집안 일을 착실히 돌보며 두 주인을 정성껏
간호하였다.
어느덧 삼월 보름이 되었다.
호로묘의 중들이 보름맞이 절간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부엌에서
튀김 음식들을 만들고 있었다.
커다란 기름가마에서 기름이 지글지글 끓었다.
튀김 재료를 가마에 넣을적마다 치지직 치지직 더욱 요란한 소리가
나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중들은 서로 우스갯소리를 주고 받으며 튀김들을 만들어나갔다.
그러다가 그만 한눈을 파는 바람에 가마에서 기름이 넘쳐 불이 확
번졌는데 금방 부엌 문창호지로 옮겨 붙고 말았다.
중들이 기겁을 하여 물동이로 물을 길어와 불길을 향하여 연방
끼얹었으나 한번 붙은 불은 꺼질줄을 몰랐다.
호로묘 절간 전체가 튀김이 될 판이었다.
호로묘뿐만이 아니었다.
호로묘 바로 옆에 있는 진사은의 집을 비롯하여 이웃집들로 불이
옮겨붙으려 하고 있었다.
동네 집들의 벽이 참대로 엮어 만든 것이기에 불이 한번 옮겨붙으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었다.
"주인님, 주인님, 호로묘에 불이 났습니다"
교행이 주인 부부가 병석에 누워 있는 거처로 달려가 급하게
고해바쳤다.
사은과 아내는 병든 몸이지만 하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집 밖으로
나와야만 하였다.
그들이 집 밖으로 막 빠져나올 즈음 호로묘의 불길이 사은의 집을
덮쳐버렸다.
그리고 그 불은 곧 이웃집으로 번져나갔다.
훤한 보름달 아래 동네도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훤하였다.
근방에 진치고 있는 군사들까지 달려와 불을 끄려고 하였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어린 딸을 잃어버린지 석달만에 사은은 세간 하나 건질사이 없이
집이 홀랑 타버리는 재앙을 또 만나 넋이 나가버릴 지경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1일자).
다음날 아침부터 사람들을 풀어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하며 영련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곽계도 영련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길이 없었다.
사람들은 곽계가 영련을 다른 곳에 팔아먹기 위해 데리고 도망간 것으로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
늘그막에 낳은 무남독녀 외딸을 잃어버린 사은과 그 아내의 슬픔은
형언할 길이 없었다.
대문께에서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영련이 오는가 하고 달려가 보기
일쑤였다.
꿈에도 영련이 종종 나타났는데, 사은이 하루는 영련이 강물에 둥둥
떠내려가다가 악어들에게 잡아먹히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필시 무슨 변고를 당한게 틀림없어.사은은 영련이 걱정으로 식음을
전폐하디시피 하다가 병을 얻어 자리에 눕고 말았다.
그 아내 봉씨도 사은을 얼마간 간호하다가 자신도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두 주인이 병석에 눕게 되자 집안은 침통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런 중에도 몸종 교행은 집안 일을 착실히 돌보며 두 주인을 정성껏
간호하였다.
어느덧 삼월 보름이 되었다.
호로묘의 중들이 보름맞이 절간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부엌에서
튀김 음식들을 만들고 있었다.
커다란 기름가마에서 기름이 지글지글 끓었다.
튀김 재료를 가마에 넣을적마다 치지직 치지직 더욱 요란한 소리가
나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중들은 서로 우스갯소리를 주고 받으며 튀김들을 만들어나갔다.
그러다가 그만 한눈을 파는 바람에 가마에서 기름이 넘쳐 불이 확
번졌는데 금방 부엌 문창호지로 옮겨 붙고 말았다.
중들이 기겁을 하여 물동이로 물을 길어와 불길을 향하여 연방
끼얹었으나 한번 붙은 불은 꺼질줄을 몰랐다.
호로묘 절간 전체가 튀김이 될 판이었다.
호로묘뿐만이 아니었다.
호로묘 바로 옆에 있는 진사은의 집을 비롯하여 이웃집들로 불이
옮겨붙으려 하고 있었다.
동네 집들의 벽이 참대로 엮어 만든 것이기에 불이 한번 옮겨붙으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었다.
"주인님, 주인님, 호로묘에 불이 났습니다"
교행이 주인 부부가 병석에 누워 있는 거처로 달려가 급하게
고해바쳤다.
사은과 아내는 병든 몸이지만 하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집 밖으로
나와야만 하였다.
그들이 집 밖으로 막 빠져나올 즈음 호로묘의 불길이 사은의 집을
덮쳐버렸다.
그리고 그 불은 곧 이웃집으로 번져나갔다.
훤한 보름달 아래 동네도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훤하였다.
근방에 진치고 있는 군사들까지 달려와 불을 끄려고 하였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어린 딸을 잃어버린지 석달만에 사은은 세간 하나 건질사이 없이
집이 홀랑 타버리는 재앙을 또 만나 넋이 나가버릴 지경이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