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까지만 해도 지적재산권관련 각종 국제협약은 이리저리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많았다.

우선 가입국의 입장을 고려해 지적재산권 권리보호를 각국의 국내입법에
맡겼던 만큼 "개발도상국 이라는 핑게만 대면 그럭저럭 파피나갈수 있었다.

그러나 금년초 세계무역기구(WTO)협정이 발효되면서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는 책 음반등 저작물 뿐만아니라 컴퓨터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반도체최회로설계 생명공학분야의 지적재산권보호까지
강행규정으로 명문화 시켰으며 감시제도까지 마련해 놓았다.

특히 이 협정에서는 저작물의 본국에서 보호기간이 끝나지 않은 모든
저작물까지 보호하도록 돼 있는 것이 큰 문제다.

한국은 지난87년 세계저작권협약(UCC)및 제네바 음반협약에 가입하면서
그 이후에 나온 저작물과 음반에 대해서만 보호를 해왔는데,그 이전의
외국 저작물에 대해서도 저작권료를 소급해서 내야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을 비롯 대부분의 국가들이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망후
50년으로 하고 있으므로 내년을 기준으로 했을때 46년이후에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물을 모두 보호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예견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뾰족한 대책마련이 불가능했던 국내
출판계의 타격은 엄청나게 클수밖에 없다.

"산넘어 산"이란 말이 걸맞는 표현일성 싶다.

문화체육부는 엊그제 1957년 이후에 사망한 외국저작자의 저작권을
소급보호하는 것을 골자로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50년을 보호기간으로 하면 1946년 이후에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물을
모두 보호해야 하지만 87년이전에는 국내 저작자의 저작권보호기간이
30년이었기 때문에 19576년 이전에 사망한 외국인의 저작권보호기간은
이미 끝난 것으로 간주해 1957년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 1월1일 이전에 국내에서 간행된 번역복제물은 내년1년 유예기간
동안에 처분해야 하며 1월이후에 나온 것은 4년유예기간을 두어 2000년
까지 배포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처칠 간디 오웰의 책이나 지드 스타인멕 카뮤 헷세의 책도 소급해서
저작권료를 내야할 형편이다.

출판계에 타격을 줄이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해 보이지만 36일 열릴
공청회에서 출판계가 반발할 것은 뻔하다.

"지역적으로 생각하되 범세계적으로 행동하라"는 글로컬티제이션
시대의 금언이 되새겨진다. 머리를 맞대고 생존을 위한 지혜를 모을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