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월이 가고 4월이 된지 며칠 지나지 않은듯 한데 앙상한
가지에서 새싹이 돋고 화사한 목련과 노란 개나리가 활짝 폈다.

경복궁 경회루 연못속 잉어들의 몸놀림이 한결 민첩해진 계절,겨우내
웅크렸던 우리들의 어깨도 활짝 펴게 해주는 자연의 섭리와 아름다움이여!

내 생일이 4월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만물이 생동하는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4월을 나는 좋아한다.

이 좋은 계절에 테니스 동호인들이 모여서 황토색 코트 위를 이리저리
뛰노라면 도시인들에게 쌓이기 쉬운 스트레스는 아예 발붙일틈도 주지
않게 될뿐만 아니라 직장인으로서의 업무자세도 한결 충실하게 해 준다.

내가 테니스를 처음 시작한 것은 마흔이 훨씬 넘어 망설이던끝에
시작하였지만 지금와 생각하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이제는 빼놓을수 없는 하루생활의 일부분이 되고 말았다.

구력은 얼마되지 않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국민투자신탁테니스회의
연륜과 거의 같다.

우리 테니스회는 회사창립년도인 1982년에 동호인 몇이서 발족한
이래 날로 발전하여 지금은 1백20여명의 회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당사 김봉헌사장님의 동호인회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헌신적
배려로 동호인들의 사기는 드높고 동호인회의 활성화가 직원간 상호
이해와 화합의 창구가 됨으로써 회사발전의 초석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매월 한번씩 개최되는 사내 테니스대회는 물론 거의 주말이면
빠짐없이 테니스를 즐기고 동네 조기회에도 참여하여 매일아침 출근전
테니스를 친다.

겨울에도 영하의 추위를 무릅쓰며 "라이트"게임을 즐기는 내 자신을
볼때 왜 내가 테니스에 푹 빠졌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좋으니까 한다고 할밖에.우리나라에 처음 테니스가 들어왔을때에는
지체높은 양반님께서 땀을 뻘뻘흘리며 테니스하는 것을 보고 "힘들게
뭣하러 그렇게 하누. 상것들 시키면 될것을"하였다는 웃지못할 말도
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것에 비해 실력은 여의치 못한것이 못내 아쉽지만
그것이 문제랴! 그러나 며칠절 4월 정기시합에서는 우승도 하였으니
내 테니스실력도 제법 향상되었나 보다.

비록 2부에서이긴 하지만.회사창립일인 6월22일을 기념해서 매년 6월
에는 "사장배 테니스대회"를 개최하여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영업점의
모든 회원이 어우러져 대회를 갖는다.

푸짐한 상품과 최선을 다해 땀흘려 뛰고 난뒤 맛보는 시원한 맥주
한잔의 그 맛! 그리고 격의없는 대화,그 무엇을 이에 견주랴!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