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화 강세가 독일경제에 악재인가 호재인가.

마르크화의 가치가 올들어 달러등 주요 수출경쟁국 통화에 대해 평균 7%
이상 오르는등 초강세를 보이자 독일에서는 이현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중앙은행을 중심으로한 정부측은 마르크화의 강세가 "물가안정"을 유지해
주는등 독일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기업들은 "수출위축"을
그 주요이유로 내세워 반대론을 강력히 펴는등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트마 이싱 분데스방크 이사는 지난 18일 쥐트 도이체신문과 가진 인터뷰
에서 "마르크화의 강세가 인플레율을 둔화시키고 경기과열을 사전에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통화강세의 순기능을 집중 부각시켰다.

그는 이어 "독일기업들은 금년분 수출물량에 대한 계약을 대부분 끝낸
상태이며 통화강세로 인한 수출위축은 내년에 가봐야 알수있다"며 "통화
강세로 수출이 위축된다는 기업들의 주장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통화강세가 내년에는 수출에 다소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인정했지만 그것도 세율인하에 따른 내수확대로 충분히 상쇄될수 있다고
주장했다.

귄터 렉스로트 경제장관도 "지난해도 마르크화의 가치가 미달러화에 대해
18%, 이탈리아 리라화에 16%, 그리고 영국 파운드화에 대해 9% 올랐으나
수출주도형 성장을 했다"며 "수출경쟁력은 가격만이 좌우하는게 아니라
품질 디자인 기술및 서비스도 주요요인"이라며 독일제품의 우수성에 상당한
낙관론을 표명했다.

독일의 주요 언론들도 "위기감"을 조성하는 일본과는 달리 "지난 61년 이후
마르크화는 그 가치가 항상 평가절상돼 왔다"며 독일기업이 통화강세에
익숙해 있음을 강조했고 독일 경제연구소들도 "통화 강세에도 불구, 올
경제성장 목표치인 3% 달성은 무난할것"이라며 정부측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금년도 임금인상분이 예년보다 훨씬 높은 평균 4%에
이른데다 통화강세까지 겹쳐 모처럼 회복기조를 맞은 독일경제가 또다시
위축될수도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독일 상공회의소는 "지난 93년 겪었던 독일경제의 급격한 침체는 마르크화
의 강세로 인한 유럽환율 혼란의 영향 때문이다"며 정부측과 정반대의
논리를 편후 "마르크화의 강세가 지속될 경우 금년도 경제성장률은 예상치
3%를 훨씬 밑돌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임러 벤츠그룹의 에드자트 로이터회장도 "현 기업환경을 감안할때
내년말까지 1만9천명을 감원하는것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경고하고
"나아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임금상승과 마르크화의 강세로 독일의 실업문제는 한층 악화될 것이라는
뜻을 강력히 피력한 셈이다.

경기 선행지수의 역할을 하는 주가도 지난달말의 금리인하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마르크화가 또다시 강세를 보인 금주초부터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다임러벤츠사등 주력 수출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지속, 장세악화를
부채질하는 분위기다.

양측의 주장은 분명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고 있다.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통화강세를 평가하는 입장이 다를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주장처럼 물가안정 못지않게 주요한 정책변수인 실업난해소가
임금상승및 통화강세로 인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통화 강세에 독일은 자부심, 일본은 초조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처럼 자국통화의 강세를 대하는 독일의
자세는 엔고를 바라보는 일본과 다른것 또한 분명하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