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융양성화를 위한 대금업제도는 과연 도입될 것인가.

상호신용금고업계뿐만아니라 사채와 관련된 많은 사람과 기업들이 대금업
제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정부의 움직임은 대금업을 실시할듯하면서도 계속 미루고 있는
눈치다.

대금업법이란 사금융인 고리대금업을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들이는 제도다.

말그대로 돈을 빌려주는 영업만을 허용하고 일정세금을 거둬들임으로써
사채업자들의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것이다.

대금업의 특징은 <>불특정다수를 상대로한 수신업무를 취급하지 못한다는
점 <>소액단기대출을 신속하고도 간편하게 해준다는 점 <>그대신 고율의
금리를 부가한다는 점으로 요약될 수 있다.

대금업자는 돈을 빌려주는 여신업무만을 취급하므로 자기자본이나 개인
차입금 또는 은행차입금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들은 은행과는 달리 담보물건만 좋으면 즉시 현금으로 어음을 할인해
주거나 대출해준다.

따라서 은행문턱을 넘보지 못하는 소규모기업이나 중소상공인들 그리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고객이 된다.

일본의 예를 보자.

지난83년 일본에서는 야쿠자와 결탁된 고리대금업자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시달린 채무자들의 자살소동은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사라킨(샐러리맨+금융의 일본식합성어)은 봉급생활자를 대상으로한 고금리
사채를 지칭한 것이다.

그당시 빚독촉에 시달린 샐러리맨에게는 사라킨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라킨이 사회문제로 확산되자 일본정부는 의원입법으로 대금업법을 제정
했다.

사태가 사태이니 만큼 의원전원의 만장일치로 법안은 통과됐다.

사금융을 양성화한다는 취지도 있었지만 채무자들을 사채업자들의 온갖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대금업자들의 이자도 그당시 실세사채금리인 최고 연109.5%까지
허용했다.

그후 단계적으로 인하, 현재 연40%까지의 고리를 허용하면서 일본의
대금업은 정착됐다.

우리나라는 사채업의 형태가 다양하다.

전형적인 어음할인 부동산담보대출신용카드할인 CD할인 일수 월변이외에
자동차담보대출 골프회원권대출 상품권대출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채시장의 규모를 총10조원으로 추산하고 사채사무실도
1,0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경우 명동에 밀집된 사채사무실들이 80년대중반 종로로 그 무대를
옮기면서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1개사무실에서 80여명의 직원을 채용하며 직원 한사람이 한달에 몇천만원의
수입을 올렸던 시기였다.

이후 사채사무실은 시청근처와 강남의 신사동으로 옮겨다녔다.

최근에는 강남 교대 압구정등 지하철역주변으로 사채골목이 분산되어 있다.

지방도시에서도 웬만한 번화가면 사채골목을 흔히 볼수 있다.

금융실명제실시이후 사채업계에서 큰손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소액
전주들과 사채업자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사채업자들에 따르면 소액전주로는 현직공무원부인들 교사 퇴직은행임원등
여러부류라고 한다.

이같은 사채업을 양성화시키는 방안중 다른 방법은 없을까.

외국의 예를 보자.

미국처럼 금융회사(Financial Companies)가 영세기업과 서민에게 대출해
주는 방법도 있다.

미국의 금융회사 역시 불특정다수로부터의 예금은 받지 못하며 은행차입
이나 상업어음(CP)및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11월 재정경제원의 의뢰를 받아 대금업제도 도입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오는 4월말까지 완료될 연구보고서는 사채시장을 양성화할 경우 <>제도
금융권에 대한 영향 <>감독방향 <>중소기업자금융통에의 기여여부 <>실효성
있는 운용방안 <>지점설치등 진입의 문제를 그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사채업을 양성화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관심은 자금출처조사여부와
영업인가형태를 신고제로 하느냐, 허가제로 하느냐는 문제다.

자금출처조사는 현재 금융실명제하에서는 당연한 절차다.

금융연구원의 양원근박사는 이와관련, "지난2월 연구보고서 제목을
"사금융양성화방안연구"에서 "대금업제도 도입방안연구"로 바꿨다"고
밝혔다.

이는 사채업자들이 대금업자로 등록할 경우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해야
한다는 부담을 없앤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자금출처 조사면제여부문제는 당국의 정책적 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금업등록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방향이 잡혀있다.

등록은 자유화하고 사후감독을 철저히 한다는게 연구방향이자 정책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일본의 대금업법현황을 보고서에 첨부할 예정이어서
일본의 대금업제도가 골격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연구원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용역의뢰한 사금융실태조사보고가
완료돼 이미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금융연구원의 보고서도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정부가 대금업제도도입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정책혼란의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93년 재무부의 실무진이 일본의 대금업을 견학했고 지난해에는
대금업법실시를 발표하는등 일련의 과정으로 보아 대금업법의 실시는 시기
선택만을 남겨둔 듯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4일자).